[MT 시평] 고용이 최상의 복지이고 분배다

박종구 기자
2015.03.13 07:13

연초부터 고용시장에 꽃샘추위가 매섭다. 지난 1월 15~29세 청년실업자가 39.5만명에 달했다. 공식 청년실업률은 9.2%지만 체감실업률은 21.8%로 체감청년실업자가 107만명이나 된다.

청년실업자 100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대학 인문계열 졸업생의 취업률은 1995년 62.6%에서 지난해 45.9%로 낮아졌다. 최근에는 2014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인문사회계열 취업률이 25.1%로 보도된 바 있다. 체감청년실업률 21.8%는 위험수위다. 그리스·스페인·포르투칼 등 남유럽국가들이 청년실업 대란으로 사회불안, 국가디폴트, 디플레이션의 망령에 쫓기는 현실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심화되는 청년실업 문제는 결국 적극적인 성장전략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최근 방한한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의 주장처럼 투자 중심의 성장정책이 해법이다. 그런 점에서 제조업부문의 지속적 투자 부진은 심히 우려스럽다. 1980년대 12.7%던 투자증가율은 1990년대 9.1%로 떨어지고 2001~2012년에는 3.4%로 급락했다. 투자심리 회복→고용 창출→생산성 증가→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돼야 한다.

청년들의 눈높이도 낮아져야 한다.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쏠리는 취업러시 현상이 시정되지 않는 한 청년고용시장의 균형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가장 큰 어려움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고용창출 기여도가 낮다는 점이다. 근로자 500명 이상 대기업의 고용비율은 14%선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견기업의 고용창출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독일의 강소기업 미텔슈탄트 같은 경쟁력 있는 중견·중소기업이 활성화 돼야 한다. 250년째 문구류를 생산하는 파버 카스텔, 강남주부에게 인기 짱인 세탁기 제조업체 밀레, 나사못 하나로 세계시장을 제패한 뷔르트는 대표적인 미텔슈탄트로 독일 제조업의 히든 챔피언이다. 전체 고용과 생산의 61%, 52%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거론되는 최저임금 인상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폭적인 임금인상은 자영업과 저임금업체의 경영여건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노동생산성을 감안한 점진적 임금 현실화가 고용시장의 왜곡을 최소화 하는 길이다.

저활용되는 여성의 경제활동률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은 2013년 기준 53.9%로 OECD 평균 53.4%보다 떨어진다. 경력단절여성이 195만명이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연간 6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의 아베 정부가 여성의 경쟁력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우머노믹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성의 고용기회 확대는 일과 가정의 양립정책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 등 북유럽국가의 고용률이 70%를 상회하는 것도 가족친화적인 양성평등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여성유급휴가제,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등 일련의 일·가정 양립정책이 여성고용률 제고에 톡톡히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미국의 여성 경제활동률이 유럽국가에 비해 떨어지는 주된 이유는 유급 출산휴가가 활성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글 MS 페이스북 등 주요 IT기업이 출산휴가 기간을 연장하고 다양한 지원제도를 실시하는 것은 여성을 핵심 경영자원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 이사회의 여성 참여비율을 내년부터 30% 이상으로 의무화하였다. 소위 임원쿼터제는 노르웨이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이미 입법화된 것으로 유럽 최강국인 독일이 이를 의무화 한 것은 양성평등 차원에서 상식적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유리천장이 매우 높다. 여성임원 비율은 1.9%, 고위공직자 중 여성비율은 4.4%에 불과하다. 유리천장지수는 OECD 평균 60점보다 훨씬 낮은 25.6점으로 회원국 중 꼴찌다. 남녀 임금격차는 36.6%로 평균 15.8%를 훨씬 상회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대졸 이상 고용률은 남성 90%, 여성 62%로 고용률 격차가 OECD 평균 9%의 3배 수준에 달한다. 남성 중심의 직장문화가 직장 내 양성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력단절여성의 1.4%만이 직업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다. 재취업 희망여성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 여성의 고용을 위축시키는 각종 제약요인을 시정하는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베이비부머의 인생이모작이 시급하다. 공적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갖춘 베이비부머 비율은 14% 수준이라 한다. 201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48%에 달한다. 인생이모작이 가능하도록 체계적 직업교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고 재교육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 중년층 고용기반을 넓히기 위해 사회공헌적 일자리나 사회복지서비스 고용창출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베이비부머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16%선에 그치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보다 촉진되어야 한다. 고용이야말로 최상의 복지고 분배정책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