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엔저 충격으로 수출이 격감하고 기업 체력도 떨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와 생산성 둔화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기 소르망은 최근 내한강연에서 “한국은 유럽의 저성장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노동시장의 과도한 규제와 복지시스템 때문에 유럽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으로 고전하는 유로경제와 닮은꼴이 돼가고 있다. 합계 출산율은 1.18%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2006~2013년간 53조원을 투입했지만 출산율 제고 효과는 미미하다. 악셀 판 트로첸버그 세계은행 부총재는 동남아국가는 조만간 인구프리미엄이 바닥날 상황인데 저출산·고령화 위기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다고 경고했다.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감소한다. 25~49세의 핵심생산인구도 갈수록 줄어 생산가능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3년 33.9%까지 떨어졌다.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하다. 독일이 유럽의 병자에서 유럽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변신한 데는 하르츠 노동개혁이 핵심 역할을 했다.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32개월에서 12~18개월로 단축하고 미니잡 등 다양한 고용형태 창출을 가능케 하는 등 고용시장의 유연성 제고에 역점을 두었다. 65세 이상 고령자 채용시 고용보험부담금을 면제하는 등 취·창업여건 개선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이에 따라 독일의 실업률은 2002년 10%에서 올해 2월 4.7%로 크게 낮아졌다. 미국이 신속하게 금융위기를 벗어난 것도 유연한 고용구조 덕분에 기업 복원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고 게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는 “해고의 자유가 늘어나면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나라 노동시장 의 경직성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케아가 아르바이트 사원을 정규직과 비슷하게 대우하고 효성ITX가 콜센터 상담직원 전원을 시간선택제로 채용한 것은 고용유연화가 고용창출로 이어진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이민문호 개방에 나서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층 인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인문계열은 6만명이 과잉인 반면 공학계열은 27.8만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삼성전자 신입직원의 85%가 이공계 출신이고 LG 현대차 SK 등 주요 그룹은 70%가량 이공계를 채용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이 개방적 이민정책을 펼쳐 경제성장을 견인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민자는 미국의 DNA’라며 적극적 이민정책을 강조한 것도 이런 취지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13년 기준 외국인 근로자 중 전문인력 비중은 12.2%로 미국 75.5%, 영국 45.4%, 호주 43.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8.1%에 훨씬 못미친다. 외국인 전문인력 5만명 중 90% 이상이 영어 중국어 등 어학강사다. 개방적 이민정책으로 2030년 미국의 예상 중위연령(median age)은 39세로 일본 52세, 독일 49세, 러시아 44세, 중국 43세보다 훨씬 젊다. 개방성과 포용성이야말로 지속적 경제성장의 필요조건이다. 보다 능동적인 이민정책으로 전환할 시점이다.
여성인력을 경제활성화의 밑거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저활용되는 여성 경제활동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아베노믹스의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세계경제포럼의 2014년 남녀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42개국 가운데 117위다. 아이슬란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국가의 강세가 뚜렷하다. 여성의 유리천장도 여전하다. 대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1.9%다. 고위공무원 여성비율은 4.4%, 4급 이상 관리자비율은 9.3%에 불과하다. 여성경력단절이 없어져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경력단절여성이 210만명에 달하고 체계적인 재교육 비율이 1.4%에 머무르고 있다. 여성경제활동률 제고에 한국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