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줄줄새는 건보료, 진료비 지불제도 개혁은 먼 얘기

김지산 기자
2018.04.05 04:09

['文케어 저지' 내건 '닥터케어']⑤"선진국 총액예산제, 한국 병원풍토에선 엄두도 못내"

[편집자주] 의사들이 들고 일어섰다. 1일부터 '상복부 초음파'가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돼 생존권이 위협받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새로 뽑힌 의사협회장을 선봉에 세워 국민건강을 볼모로 파업투쟁까지 나설 기세다.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 저지에 나선 진짜 이유는 뭘까.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우려의 핵심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 훼손이다.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케어를 실현하는데 추가로 드는 돈이 2022년까지 30조6164억원(누계)이라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로 연간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돈이 올해부터 많아지기 때문에 적자구조가 고착화 될 가능성이 크다. 건보공단 내부적으로는 올해만 1조2000억원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의사들은 이를 명분 삼아 문재인 케어를 반대한다. 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사들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보험료 누수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총액예산제·포괄수가제, '남의 얘기'= 보험재정 절감을 말할 때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은 빠지지 않는다. 한국은 진료행위 하나하나마다 진료비를 지급하는 행위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오랜 시간 환자를 살피기보다는 짧고 빈도가 많은 진료를 유도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3분 진료'는 어쩌다 나온 말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가장 이상적인 제도는 총액예산제다. 보험자(한국은 건보공단)와 의사단체가 진료비 총액을 추계하고 협의한 뒤 이 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의사단체는 이렇게 받은 돈을 각급 병원에 할당한다. 예를 들어 건보공단이 A단체와 협의 후 연간 보험료 100억을 지급한다. 그러면 이 단체는 병원들에 돈을 나눠준다. 10억원을 받은 B병원은 이 돈 안에서 의사들 월급을 주고 환자를 치료한다. 연말에 보니 1억원이 남았다. 1억원은 병원이 연구비나 인센티브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독일 등 유럽 다수 국가들과 대만이 활용하고 있다. 과잉진료를 차단하고 병원 내 낭비요소를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다.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할 수만 있다면 도입하는 게 좋다"며 "그러나 병원끼리 무한경쟁을 벌이고 고소·고발이 횡행하는 우리 풍토에서 병원들이 보험료 할당에 합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포괄수가제도 대안으로 꼽힌다. 질병 또는 환자군별로 미리 책정된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질병마다 정해진 금액이 있어 특정 질병에 진료횟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 미국은 1983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는 2012년 대장항문을 포함한 7개 질병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의사들의 반대로 질병군을 확대하지 못한 채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를 혼합한 신포괄수가제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42개 기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심평원도 낭비요소, "보험자가 심사해야"= 보험자 단체(건보공단)와 별도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둔 것도 낭비 요소다. 심평원은 병원들로부터 진료기록을 받아 지급보험료를 산정한 뒤 건보공단에 통보한다.

2000년 출범한 심평원은 그 자체가 불필요한 기관이라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보험자가 직접 의료기관으로부터 요청된 진료비를 살펴보는 게 거의 모든 나라의 제도인데, 유독 한국 정부만 심평원 운영을 고집한다.

심지어 기획재정부도 심평원 기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주도하는 기재부는 2016년 심평원의 진료비 청구 접수와 심사를 건보공단에 넘겨주는 게 맞다는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진료비 청구액 중 심평원 심사 후 조정된는 금액 비율이 매년 0.8% 안팎에 그치는 게 근거였다. 이는 독일이나 대만의 조정률 3%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보험자가 깐깐하게 심사 평가해 보험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는 건 당연하다"며 "대다수 나라가 별도 심사기관을 두지 않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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