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70대 넘으면 감염 예방 못 해…'고면역' 도입 안하나 못하나

독감 백신, 70대 넘으면 감염 예방 못 해…'고면역' 도입 안하나 못하나

박정렬 기자
2026.04.24 16:29
연령별 독감 백신 예방 효과/그래픽=이지혜
연령별 독감 백신 예방 효과/그래픽=이지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맞고 감염·입원·중증·사망 모두에 예방 효과가 나타난 연령층은 60대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고위험군인 70대는 감염을 막지 못했고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도 확실치 않았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을 위해 고면역원성 백신 도입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 발간한 '국가 인플루엔자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5절기 예방접종·건강보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백신 예방 효과는 △감염 10.2~41.4% △입원 4~39.2%, △중증 63.7~74.6% △사망 52.2~81.1%로 집계됐다.

2024~2025절기는 독감 의심 환자가 외래 1000명당 99.8명까지 치솟으며 감시체계를 구축한 2016년 이후 가장 높았다. 건강보험 청구를 통해 확인된 발생 건수는 386만6190건이고, 독감에 의한 진료비는 총 6295억원(입원 4868억원·외래 1427억원)에 달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기간보다도 35억원이 많은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이 놓여있다./사진=[서울=뉴시스]
서울 시내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이 놓여있다./사진=[서울=뉴시스]

정부는 국가예방접종사업을 통해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와 65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무료로 백신을 접종한다. 특히 고령층은 한 번만 걸려도 치명적일 수 있어 백신 접종이 강조된다. 해당 절기에는 소아·청소년 342만명(전체의 70%), 노인 839만명(전체의 81.6%)이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기여 사망자)가 5257명으로 최근 10년 새 가장 많았고 치명률은 0.136%로 2014년 이후 평균 치명률(0.01%)의 13배가 넘었다.

독감은 계절성 감염병으로 해마다 유행한다. 그런데도 매년 유행 주기가 되면 독감 환자로 외래·응급실·병동 할 것 없이 모두 붐빈다. 소아청소년과도 '오픈런'이 발생할 정도다.

이유가 뭘까. 보고서에 따르면 독감 백신을 맞았을 때 감염·입원·중증·사망 예방 효과는 연령별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고령층 무료 백신 접종 대상자 중 네 가지 지표 모두에서 예방효과가 확인된 연령대는 60대뿐이었다. 1~9세는 중증·사망 예방효과가 확실치 않다. 70대는 감염·사망, 80대는 감염 예방효과가 각각 불분명했다.

독감은 해마다 유행 기간이 달라지고 개인마다 백신 접종일도 차이가 있어 예방 효과도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이에 건보공단 빅데이터운영실은 예방접종 시행 전후 매일 독감 발생 여부를 관찰하는 '일자 단위의 단속적 시계열 연구'를 설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효과를 추가 평가했다. 그 결과 독감 백신의 입원·외래 예방효과는 예방접종 후 약 2개월, 사망 예방효과는 6개월이 지속됐다. 미접종자 대비 접종자의 예방효과는 입원·외래 33.4%, 사망은 38.1%로 나타났다.

/사진=질병관리청,건강보험관리공단
/사진=질병관리청,건강보험관리공단

고령층은 애초 면역력이 약해 백신을 맞아도 감염을 막는 효과가 낮다. 그래서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 시 감염보다 중증·사망 예방 효과가 높다는 점을 지속해서 홍보한다.

다만, 65세 이상 독감 백신 예산이 매년 1200억원가량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증 악화는 물론 감염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접종 대상과 스케줄을 보다 세밀히 짜야 한다는 것이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은 기존 백신의 효과가 낮은 만큼 면역 반응을 강화한 '고면역원성 백신' 도입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대한감염학회는 65세 이상에 고면역원성 백신 접종을 우선 권고한다. 미국·영국·호주·덴마크·대만 등은 국가예방접종을 통해 고령층의 고면역원성 백신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국가예방접종에 도입할 백신 우선순위 평가 결과/그래픽=김지영
국가예방접종에 도입할 백신 우선순위 평가 결과/그래픽=김지영

질병청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고한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1100만여명에게 고면역원성 백신을 무료 접종할 경우 총 예산은 최소 1920억원에서 최대 2670억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예산에서 700억~1450억원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질병청은 2020년 연구를 통해 이미 현재 백신 대비 고면역원성 백신이 고령층에서 투입 예산 대비 예방 효과가 증명(비용 효과적)됐다고 평가했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예산 부족, 해외 공급 의존 등을 이유로 들며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도입하지 않고 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정부 기관이 협력해 질병 부담이 가장 큰 독감에 대해 첫 공동 결과물을 도출한 점은 의미가 있지만 전문가들의 '동료평가'를 통해 데이터를 추가 검증·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예방 효과를 연령·접종 후 시점·기저질환 등으로 구분하고 사회적 비용과 간병비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백신 접종 주기 조절·고면역원성 백신 도입 등의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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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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