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속 들여다보듯 '내비게이션' 역할"…심혈관 시술시간 반으로 줄인 '국산 1호 로봇'

"혈관 속 들여다보듯 '내비게이션' 역할"…심혈관 시술시간 반으로 줄인 '국산 1호 로봇'

홍효진 기자
2026.04.24 14:15

[인터뷰]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장(엘엔로보틱스 대표)
'국산 1호' 관상동맥중재술 로봇 '에이비아' 개발
고도화된 AI 결합한 신형모델 '아톰' 내년 첫 선
美·日시장도 공략…"2029년부터 해외진출 계획"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장이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장이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지난 3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수술실. 수술 로봇 '에이비아'(AVIAR)가 띄운 화면을 바라보던 집도의가 정밀 제어기를 쥔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이날은 흉통을 호소한 50대 협심증 환자가 관상동맥중재술을 받는 날이었다.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수술대 옆 콘솔 앞에 앉은 의사의 손이 섬세하게 방향을 잡자, 스텐트(금속 그물망) 등을 장착한 로봇이 수갈래로 뻗은 혈관을 따라가며 협착 부위를 넓혀갔다. 국산 1호 관상동맥중재술 로봇 에이비아의 성공적인 본격 임상 데뷔 순간이었다.

관상동맥중재술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혔을 때 풍선·스텐트를 넣어 혈류를 회복하는 고난도 시술이다. 집도의 숙련도에 따라 시술 시간도 극과 극이다. 좁아진 혈관에 넣는 와이어 삽입만 봐도 숙련된 의사는 5분, 막 전문의가 된 의사는 1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엑스레이를 사용해야 하는 의료진은 시술 내내 방사선에 노출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납복의 무게를 견디다 보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곤 한다.

에이비아 사진. /사진제공=엘엔로보틱스
에이비아 사진. /사진제공=엘엔로보틱스

에이비아는 이러한 부분에서 해법을 제시한 보조 로봇이다. 방사선 발생 구역과 떨어진 콘솔에 앉은 의사가 1㎜ 정밀 제어가 가능한 핸들을 원격 조정, 가이드 와이어·풍선·스텐트 등 총 5개의 다중 장치를 동시 제어할 수 있다.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장(엘엔로보틱스 대표)은 지난 17일 연구소에서 기자와 만나 "심혈관 시술은 심장 박동 등을 파악하며 나뭇가지처럼 갈라진 혈관을 찾아가는 복잡한 시술"이라며 "에이비아는 인공지능(AI) 가이드에 따라 혈관으로 가는 길을 찾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정확한 시야를 보여주고 손의 미세한 떨림과 오랜 시술 시간에 따른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2019년 이 병원 김영학 심장내과 교수 등과 엘엔로보틱스를 창업, 에이비아를 개발해냈다.

시술 시간도 해외 로봇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국내 총 30건의 에이비아 시술 시행 데이터(실증임상연구) 분석 결과 총 시술 시간은 35분, 평균 로봇 작동시간은 25분이었다. 앞서 지멘스가 인수한 미국 로봇공학 업체 코린더스의 데이터(평균 총 시술 시간 66분, 로봇 작동시간 54분) 대비 유의하게 감소한 수치다.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장이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최재순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장이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전공 후 동 대학원에서 의용생체공학협동 석·박사 과정을 밟던 최 소장은 인공심장 실험실에 놓인 해외 로봇 수술 동향 잡지를 보고 의료 로봇에 관심이 생겼다. 이후 미국 4대 병원인 클리블랜드클리닉을 비롯, 복강경 수술로봇 연구로 인연이 닿은 국립암센터 등을 거쳐 2012년 서울아산병원에 정착했다. 그 해 아산병원에 의공학연구소가 문을 열었고 최 소장은 첫 연구교수가 됐다.

올해 6년째 소장직을 맡고 있는 최 소장은 "나 한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100여명의 교수가 참여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확대됐다"며 "최근 몇 년간 병원 국책과제 연구비 중 약 35~40%가 의공학·의료기기 분야일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 '에이비아(AVIAR)'의 구동 참고 이미지. /사진제공=엘엔로보틱스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 '에이비아(AVIAR)'의 구동 참고 이미지. /사진제공=엘엔로보틱스

에이비아 다음은 '아톰'이다. 2027년 선보일 예정인 아톰은 에이비아 기능에 고도화된 AI 영상분석 기술을 결합한 신형 심혈관 중재술 모델이다. 최 소장은 "AI가 영상 분석을 통해 현재 와이어, 카테터(가느다란 관) 및 표적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안내하게 될 것"이라며 "AI 학습을 위해 고품질 의료 데이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올 하반기 중 개발을 끝내고 인허가 과정을 거쳐 내년쯤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엘엔로보틱스는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함께 3차원(3D) 뇌혈관 수술 로봇을 개발하는 국책 연구 과제도 수행 중이다.

엘엔로보틱스는 신형 모델 아톰을 내세워 해외 진출과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최 소장은 "2029년과 2030년 각각 미국과 일본 허가를 계획 중"이라며 "2029년 상장을 목표로 엘엔로보틱스의 성장 레코드를 꾸준히 쌓아가는 단계"라고 전했다.

국내 로봇의 세계 시장 경쟁력에 대해 최 소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복강경 분야는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 모델이 장악했지만, 심혈관 등 다른 분야는 아직 '블루오션'에 머물러 있단 것이다. 그는 "미국도 복강경 외 다른 분야는 1세대 기업이 실패한 뒤 2세대가 꾸준히 도전 중"이라며 "한국 의료 로봇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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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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