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럽서 밀린 삼성바이오에피스, '가격인하' 카드 꺼내

민승기 기자
2018.07.23 10:54

항암 바이오시밀러 SB3,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가격 수준으로 인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유럽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결국 '가격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2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영국 지역·병원입찰 경쟁에서 온트루잔트(SB3)의 가격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가격 수준으로 써 냈다. 통상 항암제가 자가면역질환제 가격보다 2배~3배 이상 높은 것을 감안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격인하' 전략은 파격적이다. 한국의 경우 허셉틴600mg이 레미케이드보다 2.6배 비싼 98만7366원(보험급여 가격)에 공급된다.

영국 등 유럽 의약품 시장은 각 지역 또는 여러 병원이 모인 병원연합 등에서 의약품을 입찰하는 시스템이다. 경쟁사와의 입찰경쟁에서 이길 경우 일정기간(6개월~2년) 동안 의약품을 독점공급할 수 있다.

영국 지역·병원입찰의 최종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삼성바이오에피스 SB3가 최종 낙찰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영국 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가격인하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가격인하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베네팔리, 플릭사비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경쟁에서의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유럽 파트너사인 바이오젠 실적발표에 따르면 '베네팔리(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억2090만달러(약 1302억원), '플릭사비(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1분기 매출액은 660만달러(약 71억원) 수준으로 시장 기대에 못미쳤다.

특히 플릭사비는 2016년 9월 유럽에서 출시됐으나 경쟁 품목인 셀트리온 '램시마'와의 경쟁에서 밀려 여전히 한자릿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격인하' 전략은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섰다"며 "그동안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장을 먼저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나친 가격인하폭이 '제 살 깍아먹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이지만 항암제 가격을 면역질환치료제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면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며 "입찰가격에서 유럽 마케팅을 담당하는 MSD의 수수료를 빼고나면 실제 가격은 더욱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0마진' 수준의 지나친 출혈경쟁은 오히려 제 살 깍아먹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해외 마케팅 전략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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