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비행기는 바글바글, 추석 KTX는 절반만 타나요

김도윤 기자
2021.09.1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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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615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 7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관계자가 출발을 앞둔 KTX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2021.7.14/뉴스1

"비행기는 바글바글한데, KTX는 반만 타라고요?"

40대 프리랜서 A씨는 이달 초 늦은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성수기가 다소 지나 한산할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공항버스에 빈 자리는 없었고, 공항에도 인파가 가득했다. 비행기 안 역시 빈 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꽉 찼다. 코로나19(COVID-19)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았다.

정부는 올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철도(KTX와 SRT) 좌석의 절반만 운행하기로 했다. 창가 좌석만 예매를 받았다. 정부의 추석 연휴 기간 방역 수칙 발표를 기다리다 KTX 예매를 놓친 A씨는 "휴가철 여행보다 추석 때 고향 부모님 뵙는 게 더 절실할 텐데, 추석 연휴 기간 철도만 좌석을 절반으로 제한하는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비행기랑 버스, 지하철은 지금도 사람으로 가득한데…"라며 아쉬워했다.

정부는 지난 2일까지 3일간 추석 연휴 기간 KTX 예매를 받았고, 다음날인 3일 추석 연휴 기간 사적 모임 가능 인원 등 방역 조치를 발표했다.

이해하기 어렵고 수시로 바뀌는 방역 정책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는 A씨뿐이 아니다. 워낙 자주 바뀌다보니 정확한 내용을 알기 위해선 매번 검색해야 한다. 당장 올해 추석에 우리 가족이 다 모여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다.

30대 직장인 B씨는 올해 추석 온 가족이 모여도 되는지 애매하다. 친정 부모님은 두 분 모두 백신을 맞았다며 추석 때 아기들 데리고 오라고 신신당부했다. 부모님과 B씨 자녀, 형제 가족이 모이면 9명이다.

B씨는 "부모님이 백신을 맞았고, 자녀까지 다 포함해야 9명이라고 괜찮다고 모이라고 하는데 난감하다"며 "처음엔 명절 때 모이는 가족 중 어린이도 있고 접종 완료자도 있어 만나도 되는 줄 알고 가겠다고 했는데, 검색해보니 9인 이상은 무조건 금지라고 하니 원칙적으로 모이면 안되는 상황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께 방역 수칙을 설명하며 모일 수 없다고 말해야 하는데 한숨부터 나온다"고 토로했다.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변화무쌍한 방역 수칙이 국민의 반감을 높이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식당 영업 시간은 밤 9시, 10시로 수시로 바뀌고 이용 가능 인원도 시간에 따라 2명, 4명으로 구분하다 이제 백신 인센티브를 포함해 6명까지 가능해졌다. 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 일부 자영업자 사이에선 예방접종 완료자 확인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 에 대한 장기간 영업 시간 제한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아픔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비행기는 헤파필터가 있어 괜찮고 KTX는 없으니 추석 때 절반 좌석만 운행한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헤파필터가 딱 붙어 앉은 사람에게도 100% 감염 차단 효과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열차에서도 마스크를 쓴 탑승객이 서로 대화하지 않으면 감염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방역 조치는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필수"라며 "보상도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서 백신 맞으라고 강요하는 행태에 주먹구구식 방역 조치까지 더해져 국민 불신만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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