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 가족이 모인 명절엔 술이 빠지기 어렵다. 한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어느새 주량을 넘어선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와 기름진 음식 섭취로 통풍의 원인인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 바람만 스쳐도 아픈 '통풍'이 발생할 수 있다. 방치할 경우 만성 관절염이나 신장 합병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명절에도 식습관을 관리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은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 결정이 관절과 힘줄 주변 조직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갑자기 나타난 관절 통증과 부종, 빨갛게 부어오르는 현상 등이 특징이다.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손가락 관절에서 자주 발생한다. 발작은 주로 밤에 시작되며 손을 대기도 어려울 만큼 극심한 통증을 동반할 수 있다. 전상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통풍 통증 정도는 출산에 비견되기도 한다"며 "반복 발작이 이어지면 관절 변형과 통풍 결절이 생기고 만성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잦은 회식, 운동 부족 등 영향에 따라 국내 통풍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통풍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20년 46만8083명에서 2024년 55만3254명으로 18% 증가했다. 통풍은 혈중 요산 수치가 높고 음주나 내장류, 붉은 육류와 같은 퓨린이 많은 음식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앓는다. 실제 2024년 전체 통풍 환자 중 남성은 51만4060명으로 93% 비중을 차지했다.
통풍 발작의 주요 원인은 알코올과 퓨린을 많이 함유한 음식의 과도한 섭취다. 맥주를 비롯한 모든 주종의 과도한 음주는 혈중 요산 농도를 높이고, 내장류·붉은 고기·등푸른생선·치킨 등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은 발작 위험을 키울 수 있다. 이른바 '치맥'(치킨과 맥주)을 많이 하면 통풍에 걸릴 수 있단 속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이뇨제, 저용량 아스피린, 특정 결핵약 등 일부 약물도 요산 수치를 높일 수 있다.

이미 통풍을 앓고 있다면 약물과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해 치료해야 한다. 급성 발작 시엔 항염증제나 콜히친 등을 사용해 통증과 염증을 완화하고, 요산 수치 조절을 위해 알로퓨리놀과 페북소스타트 등 요산 강하제를 장기 복용한다. 통증이 나타날 때만 치료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풍 결절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선 꾸준한 약물 관리가 중요하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만성 질환인 통풍은 평생 관리할 것 △요산저하제를 꾸준히 복용할 것 △혈중 요산 농도를 6㎎/dL 이하로 조절 △4대 성인병(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비만) 관리 △음주·과식·과당 음료 섭취 등의 생활 습관 조절의 내용을 포함한 '통풍 환자 생활 수칙'을 강조하고 있다.
생활 습관 관리는 필수다. 조깅·수영·등산 등 적당한 유산소 운동과 적정 체중 유지는 요산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과격한 운동은 요산 생산과 젖산 축적을 증가시켜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식습관은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과 가공식품, 액상과당 음료를 줄이고 저지방·무지방 유제품과 곡류, 채소, 과일, 달걀, 해조류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요산 배출을 촉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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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는 "겨울철 찬 공기와 체온 변화는 혈액 내 요산 결정 침착을 촉진해 염증과 통증이 심해진다"며 "초기에 적절한 관리가 없으면 발작 빈도가 늘고 장기적으로 관절 손상과 신장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술자리와 겨울철에도 요산 수치를 지속해서 관리하고 생활 습관을 유지한다면 발작을 예방하고 합병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