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이 3년여간 발목을 잡아온 분식회계 의혹이 해소된 후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이제는 본연의 펀드멘탈(기업의 기초체력) 강화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13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과학의 영역을 회계 영역으로 보려고 한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금융당국 결정을 존중한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태가 지속되는 것보다 이제라도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주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가 받아온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회계처리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으나 고의적 분식회계는 아니다"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3년여간 셀트리온그룹을 따라다녔던 '거래정지' 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됐다. 대신 당국은 셀트리온그룹에 감사인 지정, 내부회계제도 개선방안 마련 등을 결정했다. 김 부회장은 "전문가들과 논의해 (회계제도)보완책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기업가치 제고에 보다 총력을 기울이겠단 방침이다. 김 부회장은 "회사 대표로서 그 동안 주주들에 여러 측면에서 죄송했다"며 "이제 본연의 펀드멘털을 강하게 하는 쪽으로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주가 부양'이 최우선 과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의약품을 해외 판매하는 계열사로 2017년 7월 국내 상장했다. 그 동안 금융당국 감리는 셀트리온헬스케어 기업가치 책정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공모가 4만1000원이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8년 초 주가가 10만원을 넘어섰지만 2019년 8월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감리는 2018년 12월부터 시작됐다. 이후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는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렉키로나 수혜를 받아 작년 초 17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현재 6만원대로 다시 떨어진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주가는 결국 매출과 이익을 늘려나감으로써 오르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1조8045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냈다. 글로벌 전역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항암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 처방이 고루 확대된 데다 렉키로나 판매가 더해진 결과다. 특히 램시마는 작년 미국 사보험사 등재가 확대되면서 북미지역 매출이 전년대비 2배이상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1994억원으로 반토막났다.(영업이익률 22.2%→11.1%) 항암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지난해 경쟁제품이 급증하면서 고마진이 가능했던 2020년보다는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내 경쟁 격화로 국내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이 예년처럼 실적을 크게 늘리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부회장도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는 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직판'으로 체질 전환이 이뤄지면 내실있는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단 게 김 부회장 판단이다. 김 부회장은 "바이오시밀러 가격은 경쟁제품이 늘면 점차 떨어진다"며 "직판으로 전환하면 단가가 떨어져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파트너사와 자사 2곳으로 나눠지던 이익을 온전히 우리가 거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 직판을 시작하고 유럽은 직판을 늘릴 예정"이라며 "직판을 통해 매출과 이익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했다. 작년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브라질 연방정부 입찰 수주, 일본 허쥬마 점유율 확대 등 성과를 거둔 것도 직판 전환에 따른 결과라는 전언이다.
매년 한개 이상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는 전략도 동반한다. 올해는 미국시장에 항암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CT-P16'을 출시할 예정이다. 전이성 직결장암, 비소세포폐암 등 아바스틴에 승인된 전체 적응증에 허가신청이 이뤄졌다. 리서치 회사 아이큐비아 집계에 따르면 아바스틴의 글로벌 매출은 2020년 약 7조7000억원, 이중 미국 시장이 약 4조원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 역시 직판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내년에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와 '램시마SC(피하주사제형)' 등의 미국 진출 등이 예정됐다. 램시마SC는 작년에도 유럽 매출이 전년대비 2배 이상 느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제품이다.
연내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 추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셀트리온그룹은 2020년 초 상장사 3사 합병 검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 부회장은 "지금은 어떻다 말하기 힘들다"며 "전문적으로 실무진과 검토해 결정한 후 발표하겠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