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은 국내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통계청의 '2021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은 2011년 14번째(10만명 중 3.7명)에서 10년 만에 9번째(10만명 중 12.5명)로 껑충 뛰었다. 패혈증은 혈액이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빠른 고령화와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암 등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이 늘면서 패혈증 사망률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패혈증은 외상과 폐렴과 같은 호흡기 감염, 신장이나 소화기 감염, 요로 감염, 욕창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병원 내에서 수술 부위나 몸에 삽입한 카테터·정맥관이 감염의 통로가 돼 패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국패혈증연대의 연구에 따르면 전국 16개 병원에서 발생한 패혈증 환자 2125명을 분석한 결과 가정과 직장 등에서 패혈증이 발생해 응급실에 실려 온 경우가 80%, 병원 입원 중에 발생한 패혈증은 20%로 보고됐다.
일반인에게 패혈증은 비브리오 패혈증이 익숙하다. 세균에 오염된 생선·조개·굴이 식중독을 유발하고 이 균이 혈액으로 침투해 패혈증을 일으킨다. 환자의 90% 이상이 40~50대 남성이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지원 교수는 "바닷물에 서식하는 비브리오균은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철 급격히 증식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생선회나 생굴 등을 먹은 만성간염, 간경변증 환자에게 비브리오 패혈증이 주로 발생하는데 치료해도 절반 이상이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패혈증 치료는 속도가 '생명'이다. 혈액이 감염되면 전신에 염증이 퍼지면서 혈관이 망가지고 이와 연결된 심장·폐·신장 등 여러 장기가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생존율이 떨어진다. 의학적으로 발병 후 1시간 내 치료하면 생존율이 80%지만 6시간이 지나면 30% 수준으로 급락한다고 알려졌다.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 젖산 농도 측정, 혈액 배양 등의 검사와 수액·항생제·항바이러스제를 적극적으로 쓰는 '묶음 치료'를 시행해야 생존율을 올릴 수 있다.
패혈증일 때는 전신 염증 반응으로 38도 이상 고열과 36도 미만의 저체온, 심박수와 호흡수의 증가, 혈압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발현된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이에 최근에는 일반 병동 환자를 대상으로 4시간 이내 패혈증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AI 의료기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음식 섭취 후 하루 내로 시작되는 오한·발열, 발병 36시간 이내 팔·다리의 붉은 반점과 물집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노원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의 박광범 교수는 "평소 지병이 있다면 절대 해산물을 날로 먹지 말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곧장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