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英히스로공항이 한국 공항 통폐합에 주는 교훈

[우보세]英히스로공항이 한국 공항 통폐합에 주는 교훈

이정혁 기자
2026.03.27 04:30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인천국제공항이 2024년 국제선 여객 7,066만 9,246명을 기록하며 인천공항 개항(2001년) 이후 처음으로 국제공항협의회(ACI) 기준 세계 순위 3위를 달성했다고 20일 밝혔다.   화물 실적도 290만 6,067톤으로 홍콩공항, 상하이공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해 여객·화물 모두에서 글로벌 TOP 3 공항 위상을 달성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4.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인천국제공항이 2024년 국제선 여객 7,066만 9,246명을 기록하며 인천공항 개항(2001년) 이후 처음으로 국제공항협의회(ACI) 기준 세계 순위 3위를 달성했다고 20일 밝혔다. 화물 실적도 290만 6,067톤으로 홍콩공항, 상하이공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해 여객·화물 모두에서 글로벌 TOP 3 공항 위상을 달성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4.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인천국제공항의 활주로는 잠들지 않는다. 터미널을 가득 채운 여행객의 설렘과 물류 창고를 누비는 지게차의 소음은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가장 역동적인 증거다. 반대로 대합실의 적막을 견뎌야만 하는 지방공항의 풍경은 우리가 풀어야 할 해묵은 숙제다. 최근 공론화한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통폐합론은 '양극화된 공항 생태계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한다.

통폐합론의 명분은 간단하다. 알짜 공기업인 인천공항의 수익으로 지방공항의 적자를 메우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 거대 국책 사업의 재원 조달 부담을 분산하겠다는 취지다. 자원과 인력을 하나로 모아 국가 전체의 항공 인프라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다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공룡 공기업의 탄생이 반드시 운영 효율이나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영국은 1987년 런던의 허브 공항인 히스로국제공항과 개트윅공항, 스탠스테드공항, 사우스엔드공항, 글래스고공항 등 5개 주요 공항을 통합했다. 당시 히스로는 영국 공항 전체 수익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흑자 상태였고 개트윅 등 나머지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전형적인 지방공항이었다. 대처 내각은 통합 명분으로 '운영 효율성을 통한 공항 지역 발전'을 내걸었다. 공항들을 한 데 묶어놓으면 시너지가 날 것이란 기대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통합 이후 영국 5개 공항의 착륙료는 3.5배 뛰었다. 출발 지연률은 20%로 유럽 평균 12%를 크게 웃돌게 됐다. 히스로공항이 지방공항을 떠받치느라 제 3활주로 투자가 지연된 사이 독일 프랑크프루트 국제공항이 유럽의 관문 자리를 차지했다. 결국 영국 경쟁위원회(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는 2009년 뼈아픈 해체 명령을 내렸다.

지금 우리나라 공항공사의 통폐합 논의는 영국의 값비싼 실패를 거꾸로 거스르고 있다. 인천공항의 경쟁 상대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이나 카타르 하마드 공항처럼 국가의 명운을 걸고 싸우는 글로벌 강자들이다. 세계 1위를 다투는 몇 안 되는 공기업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 무거운 재무적 짐을 지우는 순간 혁신을 위한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양대 공항공사 통폐합은 단순한 장부상의 산수 문제가 아니다. 지역공항의 적자는 한국공항공사의 운영 능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다. 제대로 된 수요 예측 없이 선거철마다 활주로를 깔아버린 빗나간 정치가 남긴 청구서에 가깝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지 않은 채 물리적인 통폐합만 강행할 경우 결국 '하향 평준화'로 끝날 공산이 크다.

이제는 기계적인 통폐합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천공항은 동북아 메가 허브 타이틀을 되찾기 위한 글로벌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한국공항공사는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항공 모빌리티와 지역 거점 특화 공항 육성 등 새로운 비전 발굴을 통한 명확한 역할 분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방공항의 텅 빈 대합실의 불을 다시 켜는 것은 간판만 합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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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이정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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