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 걸렸던 A형, 면도날로 오염되는 B형…'간염'의 모든 것

정심교 기자
2023.07.28 10:15

[정심교의 내몸읽기] 7월 28일은 세계 간염의 날

매년 7월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간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지정한 '세계 간염의 날'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해 1976년 노벨 의학상을 받은 바루크 블룸버그 박사의 생일이 해당 날로 지정된 것이다. 간염은 간에 발생한 염증 때문에 간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간염 중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간염은 유형에 따라 A형, B형, C형, D형, E형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 B형 > A형 > C형 순으로 많다. 1965년 블룸버그 박사가 간염과 관련된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B형간염 바이러스라 명명하게 된 후 1973년 A형 간염 바이러스, 1989년 C형 간염 바이러스, 이후 D형과 E형 간염 바이러스가 차례로 발견됐다.

우리나라 간암 발생의 4분의 3 정도는 그 원인이 간염이다. 그중 60%가 B형 간염, 10% 미만은 C형 간염이 원인이다. B·C형 간염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간경변증은 간암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이단비 교수의 도움말로, A·B·C형 간염 종류별 특징을 알아본다.

A형 간염… 배변 후 손 씻고 물·조개는 끓여 먹기

어린이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있더라도 경미한 감기 증상이나 장염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간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80% 이상에서 심한 피로감, 구역, 구토, 발열, 근육통, 메스꺼움 등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때때로 황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급성 A형 간염은 한번 앓고 나면 재발하지 않고, 평생 면역을 유지해 만성 간염으로는 진행하지 않는다. 수 주 내로 저절로 호전된다. 다만 소수 환자에서 신부전이나 간부전, 담즙 정체성 간염 등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한다. 드물게 간이식을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20~40대가 A형 간염에 가장 취약하다. A형간염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항체 보유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과거와 다르게 생활 수준과 함께 위생 수준이 높아지면서 어린 시절 A형 간염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게 그 원인이다. 따라서 A형간염 예방접종력이나 감염력이 없는 20~40대는 A형 간염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2015년부터 국가기본예방접종항목으로 포함돼 있다.

대변에 오염된 물·우유·음식물, 특히 오염된 물에서 자란 조개류를 익히지 않고 섭취할 때 감염될 수 있다. 또 감염된 사람의 피를 받거나(수혈) 오염된 주사기를 사용해도 감염될 수 있다. 보통 대변에 오염된 쓰레기를 손으로 만지거나 A형 간염이 유행하는 지역에서 수입된 과일·어패류·동물 등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경우 A형 간염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보통 A형 간염은 4주 동안 바이러스 잠복기를 거친 후 피로감, 몸살감기, 식욕 감소 등이 나타난다. 발열·구역·구토·복통·설사도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눈이 노래지는 황달, 소변 색이 짙어지는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부분 1~2주 내 호전되지만 1% 미만에서 급성 간부전으로 악화한다. 어린이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 증상이 심해진다.

예방하려면 평소에 철저하게 손을 씻어야 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섭취'를 통해 경구 감염되므로 식사 전후, 배변 후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음식물은 충분히 끓여서 먹어야 한다. 85도 이상에서 1분만 끓여도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라진다. 행주·물수건은 자주 삶아 햇빛에 말려 쓴다. A형 간염은 백신이 잘 개발돼 있으며 백신 효과도 95% 이상이다. 따라서 A형 간염 항체가 없는 경우 백신을 맞아 면역력을 얻는 게 중요하다.

B형 간염…면도날·칫솔 공용 X, 감염 임신부는 항바이러스제 투약

전 세계적으로 2억9000만 명 정도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 우리나라도 성인의 2.7%가 바이러스 보유자다. 통계청의 '2021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발생하는 암 가운데 폐암에 이어 간암이 두 번째로 많은데, 간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바로 B형 간염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몸속 면역 체계로 인해 바이러스가 제거되면 6개월 이내 정도로 급성 간염을 앓고 대부분 완전히 회복한다. 하지만 급성 B형 간염의 5~10%는 만성으로 진행한다. 만성화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감염 당시의 나이'다. 신생아의 90% 이상, 성인의 5% 정도에서 만성 간염으로 진행한다.

B형간염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의 혈액·체액·분비물로 전염될 수 있다. 음식물 섭취를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오염된 면도날·주삿바늘·칫솔을 공동 사용하는 경우 감염될 수 있다. 국내에선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가 아이를 출산할 때 전파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급성 B형 간염은 식욕부진, 구역, 구토, 오른쪽 윗배 불편감, 황달, 미열이나 감기 유사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B형 간염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거의 없으며 일부에선 무력감·권태감·소화불량 등을 호소한다. 만성 B형 간염이 악화하면 미열·황달·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급성 B형 간염은 95% 이상은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회복한다. 하지만 만성 B형 간염으로 진행하면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이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다.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B형 간염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바이러스의 양성 상태를 빨리 종식해 염증이 지속하는 것을 막고 간경변증으로 진행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 산모로부터 태어난 신생아에게는 백신과 함께 면역글로불린(HBIG)을 같이 주사해야 한다. 면역글로불린과 백신 접종을 제대로 완료해도 3~12%에선 수직감염이 발생한다. 따라서 B형 간염 임산부의 경우 간 기능이 양호하더라도 혈중 B형간염 바이러스 농도가 높으면 임신 후반부에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해 수직감염 발생률을 낮춰야 한다.

모유 수유로 인한 B형 간염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은 분유 수유를 했을 때와 차이가 없다. 따라서 출생 직후 신생아가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B형 간염 예방접종 주사를 맞았다면 모유 수유를 금하지는 않는다.

C형 간염…비위생적 피어싱, 정맥주사 약물 남용 피해야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급성 간염, 만성 간염, 간경변증, 간암을 초래할 수 있다. 전 세계 약 5800만 명이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만성적으로 감염돼 있다고 보고된다. 우리나라는 약 0.6%의 유병률을 보인다. 한 번 감염되면 70~80%에서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고, 그중 3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일부에선 간암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 간암 발생 원인의 약 10%는 C형 간염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혈액을 통해 전염되며, 일상적인 접촉으로는 전염되지는 않는다. B형 간염 바이러스처럼 사람의 혈액, 체액, 분비물로 전염될 수 있다. 정맥주사 약물 남용, 주사침 찔림 손상, 비위생적인 피어싱이나 문신, 불법 시술, 오염된 면도날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C형 간염은 무증상인 경우가 많지만 전신 피로감, 미열, 근육통, 기침, 콧물 등의 감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로는 오심, 구토, 식욕부진, 복부 불쾌감 등의 소화기관의 불편감이 있으며 가끔 설사가 생기기도 한다. 질병이 진행하면서 일부 환자에게선 전신 자각 증상과 함께 소변이 콜라 색처럼 진한 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며칠 후 눈·피부에 황달이 생기는데, 황달이 생길 때 가려움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급성 C형 간염에서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C형 간염은 아직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아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C형 간염은 만성화율이 높고 간경변증 및 간암 발병 원인의 약 10%를 차지하는 만큼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만성 C형 간염의 치료 목표는 간세포와 혈액에서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이다.

7~8년 전까지만 해도 C형 간염은 치료를 위해 '인터페론'이라는 주사제를 6개월~1년 투여해야 했다. 그마저도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았으며 부작용도 빈번히 발생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 획기적인 경구용 치료제들이 개발돼 이제는 8∼12주간의 단기간의 치료를 통해 C형 간염 바이러스 완치율이 98~99%까지 올랐다. 이러한 효과적인 약제들을 기반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을 퇴치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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