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11일 총파업 임박? 노사 협상 결렬에 노조 "96% 가결"

정심교 기자
2023.10.06 17:02

병원 측 "배식, 환자 이송 업무에 행정직원 투입 계획"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소속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2차 파업 출정식을 마친 뒤 필수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대학로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2022.11.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대병원 노사의 마지막 협상이 결렬되면서 오는 11일 총파업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서울대병원 내부에선 행정직원을 배식, 환자 이송 등 타 부서 업무에 투입하려는 계획까지 세운 상태다.

6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대병원 노동조합과 병원 측은 총파업을 앞두고 마지막 조정 회의를 가졌지만 결국 결렬됐다. 앞서 파업 여부에 대해서는 찬반 투표를 통해 찬성률 95.9%로 '가결' 상태다.

뉴시스에 따르면 노조 측은 "노조는 파업을 막기 위한 막판 타결을 위해 병원장을 포함한 4대4 교섭을 제안했다"면서 "하지만 병원 측은 수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고 공공의료에 대한 계획도 내놓지 않는 등 파업 사태를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분회인 서울대병원 본원과 보라매병원은 지난 7월부터 ▲의료 공공성 강화 ▲필수인력 충원 ▲실질임금 인상 등을 병원 측에 요구해왔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소속 조합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열린 2차 파업 출정식에서 필수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2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조는 서울대병원이 어린이병원 병상 수를 축소하려는 방침을 세워 공공병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내년 어린이병원 리모델링 계획안을 보면 150평 중 3층 전체(134평)를 교수 휴게실로 만들고, 어린이병원 병상을 14개 축소하려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교수 휴게실을 늘리고 병상 수를 축소하면 환자 부담이 늘어나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6~7인실 위주의 오래되고 과밀한 병동 구조를 개선하려면 1, 2, 4인실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는 1인실은 비보험 병실이어서 결국 환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병원은 오래되고 과밀한 병동 문제를 해소할 대안을 마련해 어린이병원의 병상을 축소 없이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또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인력 충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병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올해 노조는 서울대병원 64명, 보라매병원 53명 총 117명의 인력 충원과 병가·청가·휴가 등 상시적인 결원에 대한 660명의 대체인력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국립대병원에서 퇴직하는 간호사가 59%에 달하고, 입사 2년이 채 되지 않아 그만두고 있는 인원도 적지 않다"면서 "김영태 병원장은 정원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합의한 인력조차 기재부의 인력 통제를 핑계로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보라매병원 내과 중환자실의 경우 지난 10개월간 간호사 16명이 강도 높은 업무로 병원을 떠났다.

노조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중환자실 간호사 대 환자의 비율을 1대 2로 만들고, 주간과 야간에 간호사 수를 동일하게 유지할 것을 병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한 명당 3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하고 있고, 신생아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신생아를 5명까지 돌보고 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건물에 파업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11.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조는 의사뿐 아니라 다른 병원 근로자의 임금 인상도 촉구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2023년 의사직에 대해 '진료기여수당' 명목의 성과급으로 435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진료기여수당은 환자 수, 검사 수, 수술 건수에 따라 지급되는 수당을 말한다. 병원은 또 469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진료 수당(외래진료 시 시간당 수당을 책정해 지급)' 100억 추가 지출을 결정했다.

노조 측은 "의사직에만 총 706억 원(1인당 평균 5770만 원)이 지급되는 것으로, 김영태 병원장은 물가상승률 반영하고 다른 직역의 이탈을 막기 위한 실질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총액인건비, 총정원제에 묶여 인력 확충과 임금 인상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필수의료인력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의사직의 인건비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만약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지난해 총파업 때처럼 밥차에서의 배식, 환자 이송 등 타 부서 직원이 전문성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업무에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며 "필수의료 인력은 지원하기 힘들겠지만 그 외 공백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11일 서울대병원 외에 경북대병원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이번 파업을 시작으로 의료연대본부 소속 다른 국립대병원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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