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뚫고 총파업 예고했지만… 투표 결과 감추는 의협, 향후 로드맵은?

정심교 기자
2023.12.18 16:25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가 오늘부터 전체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관계자가 투표예정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2023.12.11.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반대해온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전국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11일 개시한 총파업 찬반 투표가 17일 자정을 끝으로 마감됐다. 의협은 총파업을 실행하지 않는 이상, 이번 투표 결과를 '밀봉'하기로 했다. 다만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정부가 종합적인 계획과 준비 없이 의대 증원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총파업까지 불사할 것"이라고 밝혀 총파업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18일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파업 투표 참여율, 투표 찬반 결과는 나왔지만 이를 섣불리 발표했다간 총파업을 언제 실행할 것인지, 만약 실행하면 환자들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심해질 것"이라며 "이를 고려해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이연 홍보이사에 따르면 의협이 기존에 총파업을 실행하기 전 진행한 투표에서 파업 찬성표가 통상적으로 60%를 넘겼다.

그는 "일부 매체에서 이번 투표의 참여율이 20%도 안 된다고 보도했지만 사실무근"이라며 "의대 증원 현안에 대해 정부와 아무리 대화해도 소통되지 않고, 대응법이 총파업 같은 단체행동밖에 없다고 결론 내리면 그때 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총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비율이 예전만큼 높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국민적 여론이 큰 데다, 지난 5월 19일 시행된 의료법 개정안에 따라 총파업에 참여할 경우 '의사 면허 취소'를 각오해야 해서다. 이른바 '의료인 면허 취소법'에 따르면 의사가 불법 파업으로 업무 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으로 환자가 치명적인 피해를 보고, 금고 이상의 형이 나오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의료 소송 전문 A 변호사는 "불과 올 초 간호법 투쟁 때까지만 해도 총파업 같은 불법적 행동을 저지를 수 있던 건 의사 면허가 취소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개정안 시행 후 업무 방해, 집시법 위반 시 연루자들의 의사 면허가 박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고 의대증원X라고 적힌 마스크를 하고 있다. 2023.12.17.

이런 상황에서 의협이 일단 꺼낸 카드는 '정부와의 대화'다. 오는 20일 예정된 22번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놓고 협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협의체에선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중 상생‧협력에 기반한 의료전달체계 구축방안, 객관적 통계와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 인력 논의 원칙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예정이다.

김 홍보이사는 "의대 증원 문제는 전문적으로, 객관적으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의 활동 인구가 노인이 됐을 때 의료비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7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이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와 의협 집단 진료 거부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보건의료노조가 18세 이상 성인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고, 의대 정원 확대 규모는 64%가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의협의 집단 진료 거부에 대해서는 85.6%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결과에 대해 김 홍보이사는 "의대 증원을 위해선 구체적인 재원(예산), 필수의료를 살리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과학적 근거 없이 마치 인기 투표하듯 정책을 마련하는 건 위험하다. 만약 여론조사에서 '세금을 깎는 데 찬성하느냐' 물었을 때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지 않겠는가"라며 반문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18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열린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광주 지역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12.18.

의협은 총파업을 결정하기 전 '9·4 의정 합의서'를 협상 카드로 내밀 전략이다. 9·4 의정 합의서는 2020년 9월 4일 당시 문재인 정권 시절 대한의사협회와 복지부가 의정 합의를 통해 의대 정원 문제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하고, 정부도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 홍보이사는 "공무원 부서, 정권은 5년마다 바뀌지만 의료인은 한번 의료인이 되면 평생 이 일에 종사한다"며 "9·4 의정 합의는 단지 문재인 정부가 아닌, 대한민국 정부와 체결한 것이므로 정권이 바뀌었어도 현 정부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도 의협과 대화 국면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열린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지역 순회 간담회에 의협을 향해 "(서로)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열차라 충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끝까지 의료계를 신뢰해 합의에 이르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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