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켐바이오가 IPO(기업공개)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다. 경쟁률과 신청가격, 의무보유 확약 등 세부 항목에서 모두 부진했다. 공모가는 희망공모가밴드(1만2300~1만4100원) 하단을 한참 밑돈 8000원으로 결정했다. 치매 치료제 '레켐비' 수혜 기대감으로 주목받은 기업이란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표란 평가다. 수요예측 기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 공모시장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듀켐바이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했지만 예정대로 코스닥 이전상장을 진행하기로 했다. 레켐비 품목허가에 따른 치매 진단 수요 증가에 대비해 빠르게 IPO를 완료하고 생산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듀켐바이오는 레켐비가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치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 레켐비를 처방하려면 치매 진단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진단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치매 환자 수와 생산능력 등을 고려할 때 치매 진단 제품 매출액이 2028년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듀켐바이오는 이미 이익을 내는 바이오 기업이란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매출액은 347억원, 영업이익은 5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1%, 238.7% 늘었다. 또 지난 10월 코넥스 시장에서 주가가 2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오르면서 공모시장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공모시장의 투자심리 위축과 수요예측 기간 계엄 선포 영향으로 공모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투자수요를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후 지난 10일 코넥스에서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듀켐바이오의 공모가가 8000원으로 정해지면서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듀켐바이오는 당초 공모자금으로 내년 치매 진단 제품 등 시설투자에 115억원을 투입하고 연구개발에 15억원을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모자금이 축소되면서 시설자금은 75억원, 연구개발 투자금은 10억원으로 조정했다.
다만 공모가가 8000원으로 조정되면서 일반 공모주 투자자엔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측면이 있다. 듀켐바이오 주가가 이달 코넥스에서 조정을 받았어도 아직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 중이다. 이날 코넥스에서 상한가로 장을 마치며 종가는 1만1410원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불확실성은 아직 남아있지만, 레켐비 수혜 기대감 역시 여전하단 분석도 있다.
듀켐바이오 관계자는 "확정 공모가에 따라 조달 자금이 일부 줄어도 듀켐바이오의 성장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듀켐바이오는 이미 이익을 내는 바이오 기업이고, 투자금이 더 필요할 경우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레켐비 품목허가에 따라 처방을 위한 치매 진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제품의 생산능력을 키우는 작업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공모가나 공모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어려운 환경을 무릅쓰고 이전상장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