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신약이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계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JW중외제약·대웅제약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신약 개발에 AI를 활용 중인 가운데, 선두로 나선 미국과 유럽처럼 업계 AI 활용 관련 규제기관 내 통합 조직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 내부 데이터베이스(DB)에서 2016~2021년 제출된 자료를 'AI' 또는 'ML'(기계학습=기계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것)로 검색해 분석한 결과, 관련 사례는 △2016년 1건 △2017년 1건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4건 △2021년 132건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개발 단계별로는 임상 개발 140건, 비임상 8건, 시판 후 조사 6건, 후보물질 발굴 및 약물 재창출 4건 순으로 의약품 개발에 AI나 ML이 활용됐다. 약물별로 보면 항암제에 활용(27%)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고 이어 정신계, 소화기계, 신경계 등 순으로 비중이 컸다.
국내외 AI 신약 시장은 올해 20억달러(약 3조원)에서 2034년 354억달러(약 51조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제약 업계에서 AI 모델은 의약품 설계와 독성 예측 등 주로 후보물질 발굴 목적으로 쓰인다. 국내에선 JW중외제약·대웅제약·동아ST(동아에스티)·한미약품·SK바이오팜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타 업체와 협업해 AI 신약을 개발 중이다. 선도물질(후보물질 전 단계) 식별·최적화 및 유효물질 도출 등에 AI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해외 규제기관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AI 신약의 성장성 자체엔 크게 이견이 없지만 플랫폼 모델의 편향성과 복잡성, 데이터의 불확실성 등 한계도 여전해서다. 앞서 미국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는 지난 8월 제약사의 AI 관련 활동을 단일 AI 위원회(AI Council)로 통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된 위원회는 2020년 조직된 기존 AI 운영 위원회(AI Steering Committee)를 대체하는 조직으로, 의약품 연구·개발(R&D)과 제약사의 AI 응용 프로그램을 비롯해 FDA 내 의약품 검토 관계자와 행정직원의 AI 활용 방식 등을 관리·감독한다.
단일 조직 구성과 관련 FDA 측은 "기존에도 CDER 내 다양한 조직에서 정책·규제·기술 등 AI 이니셔티브(주도권)에 관여해왔지만 외부·연방정부의 AI를 바라보는 환경이 변하면서 새로운 조직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말 미국 정부는 AI 안전성 평가 의무화·개인정보 보호 강화 등 내용이 담긴 AI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유럽 역시 같은 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과 의약품 안전관리기구(HMA)로 구성된 빅데이터 조정그룹에서 '2023~2028 AI 계획안'(Work plan)을 공개했다. 해당 계획안에는 △의약품 전주기에서 AI 활용에 대한 지침 제공 △AI 도구 사용을 위한 프레임워크 제공 △AI 기술 사용 능력 개발 △실험을 통한 시스템 불확실성 등 감소의 4가지 큰 틀에서 의약품 규제 과정에 AI를 통합하는 전략이 포함됐다.
이에 국내 규제기관인 식약처 내에도 AI 신약 개발을 전반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조직과 세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단 의견이 나온다. 앞서 지난 6월 식약처에서 '의약품 개발 시 AI 활용 안내서'를 공개하긴 했지만, 의약품 개발 활용범위와 고려사항 등이 담긴 참고 수준에 그친다. 식약처 관계자는 "임상 단계에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해당 내용에 대한 안내를 제공 중이며, 지금 상황보다 더 진전되거나 (시장이) 가시화되면 통합된 조직 구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AI 신약)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현재는 주로 해외 규제기관 동향을 파악 중이다. 향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공개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