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교육부의 '의과대학 증원 원점 회귀안' 발표 이틀 전까지도 "의대 정원 관련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사실상 증원 철회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모집 인원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정부안이 발표된 가운데, 주무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엇박자'가 이어지면서 의료개혁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1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노연홍 위원장 및 민간위원 등이 모인 오찬 간담회 당시 '의대 증원 철회 가능성'에 대해 "의료계와 정부(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 단체 8곳이 지난달 28일 교육부에 '2026년 의대 정원을 2024년 정원인 3058명으로 재설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증원 동결 가능성이 언급됐던 가운데, 복지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앞에서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인 지난 7일 교육부는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단 회귀안을 발표했다. 의대학장들과 대학 총장들이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2025년 2000명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자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교육부는 '이달 내 복귀'란 조건을 달았다. 학생들이 이달 안까지 학교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해당 조건은 철회하고 의대 입학 모집인원을 기존 증원 규모인 5058명으로 유지하겠단 설명이다.
발표 전날인 지난 6일 복지부와 교육부 간 당정 협의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도 부처 간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복지부는 7일 교육부 발표 직후 낸 입장문에서 "교육부의 의대교육 지원방안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돼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불편한 속내'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해당 안이 발표되는 교육부 브리핑에도 복지부 관계자는 불참했다. 이에 대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부처 간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정책 발표 전엔 조율을 거쳐 합의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번 정책도 이견을 조율했으며 발표 이후 함께 협력·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불협화음에 의료개혁 추진동력 자체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준비 중인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발표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개특위는 당초 이르면 오는 13일 2차방안 공개를 계획 중이었지만, 현재 발표 시기를 조정하는 방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차방안에는 △비급여·실손보험 개편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포괄 2차 지역병원 활성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실무적으로는 언제든 2차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논의된 부분을 잘 반영해 발표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발표 내용이 2차방안 추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비롯해 비상진료 상황, 향후 의료인력 배출 등 과도기적 측면을 고려하는 만큼 (교육부 발표안이) 완전히 (2차방안 내용 관련) 상관이 없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단기적인 상황 변화 때문에 방안에 담길 내용이 크게 좌우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대로 의료개혁을 이행하겠단 입장을 고수 중이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복지부에서 이행 중인 의료개혁 추진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다"며 "의료개혁은 계획한 그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