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재경부 vs 기획처

[우보세]재경부 vs 기획처

세종=정현수 기자
2026.07.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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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기획재정부 시절 세제실과 예산실의 관계는 오묘했다. 국가 회계의 관점에서 돈을 버는 곳(세제실)과 쓰는 곳(예산실)의 정책 철학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오랜 기간 예산실과 세제실에서 일한 공무원들의 성향도 달라 보였다. 하지만 기재부라는 한 지붕 아래에선 이런 차이가 부각되지 않았다.

올해 초 기재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자 균형은 깨지기 시작했다. 재경부는 경제정책과 세제, 국제금융을 중심으로 꾸려졌고, 기획처는 예산과 미래전략 업무를 맡았다. 과거 세제실과 예산실처럼 정책 목표는 같지만, 이를 실현하는 수단은 달랐다.

재경부와 기획처는 출범 초기부터 미묘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재경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에서 '2045년 광복 100주년'이라는 화두를 꺼내 들었다. 광복 100주년에 맞춰 '경제도약 액션플랜'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긴 호흡의 중장기 전략은 원래 기획처가 중요하게 여겨온 업무 영역이다. 실제로 기획처 역시 중장기 국가전략인 '미래비전 2050' 수립 계획을 경제성장전략에 담았다. 이후 교통정리가 이뤄지긴 했지만, 두 부처는 한동안 결이 비슷한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초과 세수를 어느 그릇에 담을 것인지를 두고서도 두 부처의 생각은 엇갈린다. 재경부는 초과 세수를 국부펀드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기획처는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하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부펀드와 기금은 각각 재경부와 기획처의 소관 업무다. 초과 세수를 각자의 정책 수단 안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두 부처의 경쟁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책 다양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하나의 조직 안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대안들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적인 경쟁을 통해 정책 혁신이 촉진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세지출 정비와 지출 구조조정이다. 재경부는 적극적인 조세지출 정비를, 기획처는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지출은 기계적인 일몰 연장과 각종 이해관계로 인해 정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세출 예산을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 역시 '무늬만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조세지출 정비와 지출 구조조정은 각각 세입과 세출 예산의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작업이다. 두 부처가 경쟁적으로 정비와 조정에 나선다면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성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다만 경쟁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영역 다툼보다 국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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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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