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징역형 받은 성폭행 산부인과 의사, 면허취소 아닌 자격정지

박미주 기자
2025.03.13 16:08

작년 성범죄 의사 면허취소 1건, 자격정지는 3건…의사 성범죄 연평균 발생 대비 적어
작년 의사 전체 면허취소·자격정지·경고 수는 127건으로 감소

연도별 성범죄로 인한 의사면허 정지건수·취소건수/그래픽=김지영

성폭행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의사가 징역 이후에도 진료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가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았을 때 면허가 취소되는 '면허취소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일이라 '면허 자격정지' 처분만 내려지게 돼서다. 최근 연평균 성범죄 의사 수는 100명대에 달했는데 실제 성범죄로 자격정지나 면허취소를 당한 사례는 연간 1~4건에 불과했다. 또 면허취소법이 2023년 11월20일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 의료법 위반 등으로 자격정지나 면허취소 등의 처분을 받은 사례는 이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취소는 1건, 자격정지는 3건이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면허취소는 없고 자격정지만 1건씩 있었다.

최근 연간 100건 이상의 의사 성범죄가 발생했지만 실제 면허취소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 수가 많지 않은 것이다. 앞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의사 793명(한의사·치과의사 포함)이 성범죄를 저질렀고 연평균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 수는 159명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서영석 의원,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산부인과 진료행위 중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은 의사는 면허취소를 피해가게 됐다. 이 의사는 산부인과 전공의로 있던 2023년 7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산부인과 내진실에서 퇴원을 앞둔 환자를 진료하던 중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그가 환자를 간음했다고 봤다.

이 의사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사례는 의료법 개정 전에 발생한 사건이라 면허취소가 되지 않고 자격정지 사유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자격정지는 최대 1년까지 가능하다. 해당 의사의 경우 형이 확정 선고된 이후 의사면허 관련 행정처분이 가능한데, 징역을 살고 나와도 최대 1년까지만 의사 자격이 정지되고 그 이후에는 진료를 계속 볼 수 있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2023년 11월20일 이후 이와 같은 사건이 또 발생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현행법에 따라 의사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며 "현재 성범죄 형량을 보면 성폭력 범죄는 형법상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돼 있어 대부분 면허취소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면허 처분 연도별 현황/그래픽=이지혜

금고형 이상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법이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엔 의사들의 면허취소와 자격정지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사 직역의 면허취소는 21건으로 2022년 24건, 2023년 25건 대비 소폭 감소했다. 자격정지 건수도 2022년 144건, 2023년 124건에서 2024년 91건으로 2년 새 36.8% 줄었다.

지난해 처분 현황을 보면 면허 취소의 주요 사유는 정신질환, 중독 등 의료인 결격사유(20건)에 따른 것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의료인 면허를 대여해 면허가 취소된 사례도 1건 있었다. 자격정지의 경우 진료비 거짓청구(20건), 진료기록부 등 미기록(14건), 무면허 의료행위(10건), 성범죄 등 그밖의 비도덕적 진료행위(5건) 등이 사유였다.

서영석 의원은 "면허 정지·취소 건수의 감소는 의료법 개정으로 인해 의료인의 결격사유가 확대되고 면허 취소된 의료인의 재교부 요건이 강화되면서 제도의 예방적 효과가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며 "다만 형벌에 의한 예방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는 만큼 범죄 예방에 대한 의료계 내의 사회문화적 공감대 형성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의사 면허 관련 조치 및 사유/그래픽=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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