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임상 연구 및 사업화 성과가 잇따른다. 다수 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뛰어난 임상 데이터를 발표하거나 대형 기술이전 계약으로 K-바이오의 경쟁력을 뽐냈다. 올해 국내 증시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바이오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는데, 앞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날지 관심을 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올바이오파마(56,700원 ▼1,400 -2.41%)와 디앤디파마텍(84,100원 ▲1,000 +1.2%)이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데이터를 공개하며 주목받은 데 이어 이달 한미약품(507,000원 ▼32,000 -5.94%)과 오스코텍(42,000원 ▲1,450 +3.58%)이 나란히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또 GC녹십자(131,900원 ▼5,800 -4.21%)의 관계사 지분 매각과 올릭스(156,000원 ▼16,800 -9.72%)의 해외 투자 유치도 눈에 띄는 경영 성과다. 이 외에도 최근 보로노이(233,000원 ▼17,000 -6.8%)와 티움바이오(6,200원 ▼340 -5.2%), 온코닉테라퓨틱스(17,390원 ▼220 -1.25%), 온코크로스(5,440원 ▼50 -0.91%) 등이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데이터를 발표하며 연구 역량을 입증했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8000을 넘는 등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호황이지만, 바이오는 상승장에 동참하지 못했다. 국내 증시 주요 바이오 기업으로 구성한 'KRX헬스케어지수'는 연초 대비 약 13%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1,367,000원 ▼10,000 -0.73%)를 비롯한 바이오 대형주와 주요 신약 개발 바이오텍(바이오 기술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수 바이오 벤처가 시장가치 하락으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애를 먹으며 유동성 악화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의 연구 및 사업화 성과가 이어지면서 바이오에 대한 투자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지난달 큐라클(14,380원 ▼120 -0.83%)은 망막질환 이중항체 신약 파이프라인 'MT-103'의 권리를 미국 메멘토메디신즈(Memento Medicines)에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총 계약 규모는 최대 10억7775만달러(약 1조5636억원)다.
이어 이달 한미약품과 오스코텍이 낭보를 전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이하 릴리)와 총 1조9000억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전 세계 시장(한국 제외) 권리를 넘기는 거래다. 계약 선급금(1129억원)만 1000억원을 넘는 '빅딜'(대형 거래)로 주목받았다.
오스코텍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기업 아지오스파마슈티컬스(Agios Pharmaceuticals)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Cevidoplenib)을 기술이전했다. 계약 선급금은 2500만달러(약 375억원),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을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6억6500만달러(약 1조원)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달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신약 파이프라인(DD01, 자보페그듀타이드)의 미국 임상 2상 48주 조직생검 결과를 발표하며 국내외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이 발표에 따르면 DD01은 MASH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핵심인 3개 지표(MASH 악화 없는 섬유화 개선, 섬유화 악화 없는 MASH 해소, MASH 해소 및 섬유화 개선 복합 달성)에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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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달 한올바이오파마는 미국 이뮤노반트에 기술이전한 항-FcRn(신생아 Fc 수용체) 치료제 '아이메로프루바트'(IMVT-1402)의 난치성 류마티스 관절염(D2T RA)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발표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아이메로프루바트의 D2T RA 임상 2b상 16주차 중간 분석 결과를 통해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효능을 확인하면서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 신약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뿐 아니라 지난달 GC녹십자는 미국 관계사 큐레보의 지분을 릴리에 매각하며 4599억원을 확보했다. 국내 제약 기업의 해외 투자가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로 관심을 끌었다. 이달 올릭스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L'Oreal Groupe)과 미국 자산운용사 와이스에셋매니지먼트(Weiss Asset Management)로부터 1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바이오텍이 보통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한 이례적 사례로 의미가 있단 평가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계약은 이미 12조9000억원 이상 규모로 연간으로 지난해 20조7000억원 기록을 넘을 수도 있다"며 "올해 2분기엔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고른 성과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지분 거래가 인상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요 기업의 기술이전 성과와 긍정적인 연구 데이터 발표에도 관련 기업의 주가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면 성과를 보여준 기업의 주가가 가장 먼저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여러 제약·바이오 기업이 호재성 이벤트를 줄줄이 발표했는데, 단기간에 이 정도로 많은 연구 및 사업화 성과가 집중된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경쟁력을 증명하고 있는 만큼 자본시장의 투자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