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이어진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에 국산 바이오기업의 연간 기술수출 규모가 4년만에 10조원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바이오산업의 밝은 면이다. 하지만 올 들어서만 10개 이상의 특례상장 바이오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받는 등 그림자도 짙다.
상장 바이오 기업의 관리종목 지정은 새삼 놀랍지 않은 소식이다. 신약 개발을 위해선 막대한 비용과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임상 시작부터 상업화에 도달하는 확률은 20%를 넘지 않는다. 마땅한 매출 없는 신약 개발사 10곳 중 2곳 정도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신약을 통한 환자 고통 경감을 감안하면 신약 개발사들의 도전은 높이살 만 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조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벤처 중심의 신약개발사 대부분은 개발 자금을 상장으로 조달한다. 문제는 상장으로 한껏 높아진 시장 관심과 기대를 성장 동력이 아닌 최종 목적지로 삼는 '상장을 위한 상장'이다.
상장 자체가 목적이다 보니 의무보유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주식을 팔아치우는 대주주나 상장 몸값을 불리기 위해 초기 기업가치 극대화에만 몰두하는 벤처캐피탈(VC)들이 속출한다. 시작이어야 할 기업의 상장이 일부의 이익실현으로 마침표를 찍고, 피해는 투자자의 몫이다.
자연스럽게 지속 가능성은 낮아지고, 가치 구현 연료가 돼야할 조달 자금은 단순 연명 수단으로 소모된다. 그마저도 부족해지면 상장사 지위를 이용해 다시 시장에 손을 벌린다. 궁지에 몰린 상장사는 핵심 사업과 무관한 매출 창출용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산업 신뢰도 저하에 상장 도전사들의 문턱은 더욱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기업의 상장은 회사 주식이 증시에서 거래될 최소한의 자격을 시장이 인정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안정감을 확보한 기업은 상장 과정에서 제시한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할 의무가 있다. 특히 상장사로서 갖춰야 할 외형적 조건 미충족에도 상장 특례제도의 주요 수혜 대상이 되는 바이오 기업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바이오 상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장성 보단 잠재력에 대한 시장 믿음의 결과다. 이는 기업과 시장, 규제기관 모두 같은 의견이다. 그럼에도 업계의 '특수성 짙은 바이오를 위한 맞춤형 상장 유지 기준 마련'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는 이유에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다. 지금 바이오 산업에 필요한 것은 호소 보단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