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브릿지바이오 쇼크...냉혹한 시장

김도윤 기자
2025.04.24 05:2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주) 대표이사.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의 신약 임상시험 실패 후폭풍이 거세다. 증시는 냉혹했다. 브릿지바이오 주가는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폭락했다. 5000억원에 육박하던 시가총액은 단 며칠만에 6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앞서 계속사업손실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만큼 앞으로 상장폐지 우려까지 불거질 수 있다. 브릿지바이오를 믿고 투자한 주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브릿지바이오 사태는 바이오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시사한다. 특히 한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는 신약 개발 기업에 투자할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기업과 경영진이 부단히 노력하더라도 임상시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이터를 받아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바이오산업 현장에서 보는 신약 개발 성공률은 높아야 10~20% 수준이다. 더구나 매출 기반이 없으면서 신약 개발 성공 경험을 보유하지 못한 바이오라면 더 주의해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신약 개발 기업의 경영진은 신중해야 한다. 시장 또는 투자자와 소통할 때 데이터 등 근거에 기반하지 않고 과도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BT-877'의 임상 데이터 발표 전 글로벌 기술이전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도 올해 브릿지바이오의 주가가 상승한 이유다. 오히려 주가 상승이 결과적으로 BBT-877 임상 실패 발표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키운 셈이다. 임상 과정에서 수행기관 등 현장과 소통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번의 연구 실패가 바이오 기업의 존폐를 좌우하는 지금의 환경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꼭 브릿지바이오 사례가 아니더라도 성실하게 신약 파이프라인 연구에 몰두한 바이오 기업이 한 번의 임상 실패로 주저앉고 회생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가혹한 측면이 있다. 한 예로 최근 바이오 업계에선 신약 개발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연구개발(R&D) 역량을 갖춘 견실한 기업에 대해선 일부라도 상장 유지 조건을 완화해달란 목소리가 나온다.

브릿지바이오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지금 주가가 폭락한 데다 시장 신뢰가 추락한 상황이라 현 경영진이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고 투자 유치에 나서더라도 자본 확충을 장담할 수 없다. 자금 조달에 애를 먹는다면 상장 유지 조건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만약 최악의 상황으로 흐른다면 그동안 브릿지바이오가 연구 및 임상 과정에서 획득한 모든 경험(노하우)이 사장될 위험도 있다. 실패에서 얻은 경험도 값질 수 있다고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77 임상 실패 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정규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과 임직원은 실제 뼈를 깎는 노력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자본을 확충해 상장폐지 우려를 벗고 기술이전 등 상업화나 연구 성과를 확보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나마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주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에이비엘바이오 등 글로벌 기술수출 성공 사례가 쌓이며 이제 '사기꾼' 오명을 벗기 시작한 K-바이오 역사에 오점으로 남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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