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독특한 암이다. 꼭 수술해야 하는 환자마저도 다른 방법은 없는지 끝까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거북이암' '느린 암'이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고, 목에 길게 남아 '옷으로 못 가리는' 흉터와 통증 등이 '반드시 해야 할' 치료마저 주저하게 만든다.
목소리를 잃을까 겁내는 환자도 많다. 20대 남성 유튜버 '배말랭'(본명 배건우)은 올해 초 갑상선암 수술 후 올린 영상에서 '성대 신경'(되돌이 후두 신경)과 가까운 암을 제거하다 2개월가량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허스키하게 쉰 목소리에 구독자의 불만이 쏟아지자 그는 결국 시술까지 받았다.
임상적으로 갑상선암 환자의 4명 중 3명은 여성이다. 통증, 흉터, 목소리 변화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꼭 해야 하는 수술을, 환자 부담을 최대한 줄이며 해내기 위해 외과 의사들은 밤을 새워 고민한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칼에서 내시경으로, 이제는 로봇을 이용한 갑상선암 수술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됐다.
장영우 고려대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가는 '젊은 의사'다. 로봇팔 하나로 갑상선암의 전이암까지 제거하는 '고스타'(GOSTA, Gas-insufflation One-step Single-port Transaxillary·가스 주입 원스텝 단일공 겨드랑이 접근) 수술의 창시자로, 전국에서 수많은 갑상선암 환자가 안산을 찾게 하는 주인공이다.
장영우 교수는 "외과 의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암만 제거하고, 그 외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상처나 합병증과 같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라며 "다빈치 SP 도입 후 로봇팔 '하나'로 갑상선암을 수술하면서 환자의 미용적·기능적 회복을 모두 향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GOSTA 수술은 한마디로 '겨드랑이 단일공 로봇 수술'이다. 한쪽 겨드랑이에 직경 2~2.5㎝의 구멍을 내고, 로봇팔 하나에 카메라와 수술 도구를 한꺼번에 집어넣어 수술한다. 갑상선까지는 가스를 주입해 돔 형태로 피부층 아래 공간을 확보하며 로봇팔로 접근한다. 병변을 제거한 후 가스를 빼면 피부가 다시 정상적으로 붙는다. 장 교수는 "로봇팔 4개로 할 때와 가장 큰 차별점은 구멍을 뚫자마자 로봇이 바로 들어가는 '원 스텝' 방식이라는 것"이라며 "기존에는 갑상선암까지 리트랙터(견인기)를 사용해 길을 내고 이후 로봇 수술기가 들어가는 '투 스텝' 방식이었는데 이걸 한 번에 해결한다"고 말했다.
로봇팔 하나로 갑상선암을 수술하면 전과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 특히, '신경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뚜렷하다. 이를 통해 환자가 얻는 효과는 첫째, 통증 감소다. 일단 절개 범위가 작고, 카메라로 10배 확대해 보며 갑상선까지 접근하기 때문에 미세한 피부 감각 신경 손상까지 예방할 수 있다. 장 교수는 "환자들이 '아프지 않고 수술한 날부터 걸을 수 있어 신기하다'고 말할 만큼 회복이 빠르다"고 말했다.
둘째, 목소리 변화 위험이 적다. 갑상선은 기도의 앞쪽에 나비 모양으로 위치한다. 갑상선의 뒤쪽에는 목소리를 관장하는 '되돌이후두신경'이 지나간다. 수술 시 갑상선을 들어올려야 비로소 신경이 보이는데, 눈으로 보며 수술해도 얇은 실 두께의 신경을 보존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한꺼번에 자를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목소리 변화를 비롯해 출혈, 삼킴 장애, 저칼슘혈증과 같은 수술 합병증은 환자는 물론 의사에게도 고민거리다. 로봇이 주목받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장영우 교수는 "휴대폰 카메라로 잘 안 보이는 모공까지 확대해서 찍듯이, 로봇 팔에 붙은 카메라를 활용하면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 신경과 혈관을 훨씬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수술 과정에 열로 인한 일시적 손상이 갈 수 있지만, 2~3개월이면 목소리 변화가 회복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로봇팔이 하나만 들어가는 만큼 치료할 '길'을 만드는데 제약도 적다. 장 교수는 갑상선암은 물론 전이암도 구멍 하나로 한 번에 해결한다. 갑상선암이 주변 림프선(임파선)으로 퍼지면 갑상선과 함께 주변의 림프절을 폭넓게 절제하는 '임파선 곽청술'을 해야 한다. 목에서 귀 뒤쪽까지 15㎝ 이상 절개가 필요한 큰 수술이지만, GOSTA 방식으로는 똑같이 2㎝ 남짓 구멍으로 치료를 완료한다.
2023년 4월, 대한내분비외과학회에서 처음 GOSTA 수술을 발표할 때 외과 의사들은 '호기심 반 기대 반'의 반응을 보였다. 장 교수가 최근까지 단기간에 500건을 집도하며 개선된 결과를 보인 후 '호기심'은 '인정'으로 바뀌었다. 대학병원을 비롯해 20~30개 의료기관이 고대안산병원에서 수술법을 배워갔고, 단일공 로봇수술 장비(다빈치 SP)가 먼저 도입된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장영우 교수는 "외과 인력이 부족한 의료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 GOSTA 수술의 또 다른 장점"이라며 "일반 수술은 최소 2명 이상의 의료진이 협업해야 하고, 다른 방식의 로봇수술도 보조의가 필요하지만 GOSTA는 로봇 기구가 삽입된 이후로는 외과 의사 1명이 수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GOSTA 수술의 임상 연구 결과 성대 마비와 관련된 대표적 부작용인 일시적 되돌이후두신경마비(Transient Recurrent Laryngeal Nerve Palsy) 발생률은 기존 수술 시 약 4% 수준에서 GOSTA 도입 이후 1%로 감소했다. 혈액이 덩어리지는 혈종 발생률도 일반 개경 수술(2.1%)의 절반 이하인 1%대로 줄었다.
장영우 교수는 "갑상선 수술에서 핵심은 결국 '신경'이라 생각한다. 감각, 운동, 성대 신경을 제대로 살리고 수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앞으로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신경과 혈관을 자동으로 구분하게 만드는 등 갑상선암 수술 정밀도를 높일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