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블록버스터 될 국산 신약, 출시 못 하는 나라

박미주 기자
2025.06.25 05:30
국산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개요/그래픽=김지영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국산 신약으론 처음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연 매출 1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발작을 아예 없애는 비율이 11~28%로 기존 치료제 대비 상대적으로 높아 뇌전증 치료제의 '게임체인저'로도 불린다. 미국에선 2020년에 이미 출시됐고 유럽에서도 2021년부터 판매돼 환자들이 혜택을 입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환자들이 애타게 기다리는데도 2027년에나 건강보험 급여 적용과 함께 출시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른 신약들도 국내 도입이 더디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첫 출시 후 1년 내 신약이 도입하는 비율은 평균 18%이지만 한국은 비급여 도입 기준으로도 단 5%에 불과하다. 일본은 32%에 달한다.

신약 도입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까다로운 허가 심사와 절차다. 본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신약 허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신약 품목은 21건으로 전년 36건 대비 되레 42% 감소했다. 국내에서 허가된 신약의 연도별 신청 후 허가까지 평균 소요일수는 지난해 393일에 달했다.

급여 적용도 어렵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 따르면 2012~2021년 10년간 미국, 유럽, 일본에서 허가된 신약 460개의 도입 속도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서는 허가부터 급여까지 평균 46개월의 기간이 소요됐다. 독일(11개월), 일본(17개월)에 비해 2~3년 뒤처진다. 소위 '약가 후려치기'로 신약에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제약사들이 한국에 신약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신약 개발 유인을 떨어뜨리고 제약바이오 산업의 발전 동력을 저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이런 상황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는 혁신치료법은 신속히 급여를 적용하며 혁신 신약·의료기기에 충분한 가치의 가격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R&D(연구개발) 투자비율 연동형 약가 보상체계 구축으로 지원체계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이제는 이를 빨리 실행해 환자 치료 기회를 높이고 산업을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다.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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