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바이오 기술 강국의 조건, 개발력보다 '보안력'

정기종 기자
2025.09.01 05:30

바이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원자력과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부상했다. 해당 산업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정부가 분야별 주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국가핵심기술을 '유출 시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규정한다. 외부로 빠져나가면 단순한 기업과 산업계 손실을 넘어 국가 경쟁력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조선업 부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는 기술력 확보가 곧 국가전략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현장의 보안 의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후발주자인 바이오 산업은 기술 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나날이 중요해지는 기술력 경쟁에 기업 차원의 보안 시스템 강화 노력이 줄을 잇고 있지만, 유출 시도 역시 점점 더 교묘하고 조직적으로 진화 중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정보보호 체계 풀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가해자 입장에선 기술유출에 따른 처벌마저 계산된 선택이라는 점이 뼈아프다. 해외에 비해 강도가 약한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면 유혹을 뿌리치는 쪽이 오히려 손해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집행유예가 관련 처벌 사례의 주를 이룬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가 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부정할 수 없는 통계다.

다행히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직원이 표준작업지침서(SOP) 문서를 유출하려다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사례처럼, 실형 비중이 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여론과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벌금 상한도 지난 7월부터 65억원으로 상향됐다.

기술 유출은 특정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무너뜨리고, 국가 경제의 기반까지 위협할 수 있다. 한 번의 유출이 수년간의 투자와 연구를 무력화시킨다. 최근의 경쟁 구도에선 기술 개발 역량 못지않게, 지켜내는 능력도 중요하다.

국가핵심기술은 단순한 영업비밀이 아닌 대한민국의 내일을 떠받치는 자산이다. K바이오 기술에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 기술 유출은 곧 국가 성장 동력의 유실이다. 철저한 감시와 단호한 처벌, 그리고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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