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완화와 투자 확대 등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하며 바이오 산업을 국가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단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업계에선 대통령이 토론회를 통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호흡이 긴 바이오 산업에 대해 단기 성과 위주의 목표만 제시된 것은 아쉽단 반응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K-바이오 혁신 토론회'를 열고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글로벌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K-바이오 의약산업 대도약 전략'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의약품의 임상과 허가 관련 규제 완화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신약 개발 지원, 정부 펀드 확대, 앵커(닻) 역할의 위탁개발생산(CDMO)을 중심으로 한 동반 성장 등을 골자로 한다.
업계에선 대통령이 바이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 방식으로 산업계와 소통한 것 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고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이고, 바이오 투자와 관련된 정부 펀드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은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항인 만큼 향후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다만 호흡이 긴 바이오 산업에 대해 단기적인 전략만 제시된 것이 아쉽단 의견도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수출 2배 달성,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창출, 글로벌 임상시험 3위 달성이란 세 가지 주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청사진이 부재하고 CDMO부터 바이오시밀러, 신약, 소재·부품·장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바이오 분야를 한 데 다루면서 정밀성은 떨어진단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바이오 기업의 애로사항을 들어보고 바이오를 키우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 자체가 의의가 있다고 본다"면서 "규제 개혁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빠르게 추진할 수 있지만 결국 실질적인 성과는 기업에서 이뤄내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숫자로 표현되는 단기적인 성과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같은 바이오 산업이라고 하더라도 신약 개발사들은 주로 기술이전을 통해 매출을 내기 때문에 실제로 눈에 보이는 의약품을 생산해서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과 한 데 묶어서 접근하면 안 된다"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향후 구체적으로 정책이 조정될 때 그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화두인 'AI'가 이번 바이오 의약산업 전략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주객전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의약품 개발부터 생산, 심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AI를 활용하게 할 계획이다. 특히 AI 기반 신약개발에 대해선 전주기로 지원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신약개발사들이 정부 과제에 선정되기 위해 불필요함에도 AI를 접목시키면서 오히려 비효율이 커질 수도 있단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AI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대개 새로운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며 "본격적인 성장을 앞둔 기업들은 나름대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어 임상을 끌고 나가는 것만 해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하니 자칫 잘못하면 바이오는 겉돌 수도 있겠단 우려감도 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