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로 치료하기 어려운 '슈퍼박테리아'(이하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경제성평가(이하 경평) 면제를 통한 신약급여화 절차에 관심이 쏠린다. 필수의약품 품절이 반복되는 만큼 경평면제를 통한 신약접근성 확대뿐 아니라 생산유지까지 폭넓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지난달 열린 '제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제일약품의 '페트로자'(성분명 '세피데로콜토실산염황산염수화물')에 대해 "급여의 적정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조만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심의를 거쳐 급여등재가 확정될 예정이다.
페트로자는 일본 시오노기제약이 개발한 세계 최초 사이드로포어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다. 제일약품이 2022년 국내 독점공급 계약을 했고 올해 2월 국내 허가를 획득해 급여화를 추진해왔다.
항생제는 세균을 잡는 '무기'다. 세균마다 잘 듣는 항생제가 다른데 세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내성을 획득하면 다른 기전의 항생제를 써야 한다. 페트로자는 철이온과 결합해 세균 내부로 침투하는 독특한 '트로이목마'(Troja) 기전으로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균에 의한 복잡성 요로감염, 폐렴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약으로 평가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신약은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약"이라며 "새로운 치료옵션을 갖추게 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는 널리 쓰이는 반면 신약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건강보험 급여혜택을 받으려면 기존 약제 대비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어서다. 특히 다재내성균은 효과적인 기존 항생제가 없어 비교대상이 마땅찮고 애초 가격이 워낙 낮아 제약사도 허가·급여에 힘을 쏟지 않았다.
의료계는 '비용'만 기준으로 삼는 약값정책이 환자를 위기로 내몬다고 비판했다. 고령화에 따른 질병확산과 항생제 사용량 증가 등으로 다제내성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의료현장의 긴장감은 갈수록 커진다. 실제 국내에서 다제내성균의 일종인 'CRE'(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 감염증 신고는 2023년 3만8405건으로 5년 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정부는 2020년 항암제를 중심으로 운용한 경평면제 대상을 항생제까지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후 다제내성균을 잡는 MSD '저박사'와 화이자 '자비쎄프타' 등이 급여화돼 의료계도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페트로자는 새로운 다제내성균 치료 선택지를 늘리는 것은 물론 국내 제약사의 첫 경평면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