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의대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한 후 20개월간 유지된 비상진료체계가 다음 주 해제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은 17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를 열고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오는 20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직후인 지난해 2월 22일 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하고 '보건의료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다음날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 단계로 상향했다.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일선 현장에 수조 원의 재정을 투입했고 외국 의사 투입을 고려하기도 했다.
극한 대립을 이어가던 의사와 정부 간 갈등은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반전'을 맞았다. 전공의와 화해 무드가 조성됐고 지난 9월 하반기 모집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총 7984명이 선발돼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76.2% 수준을 회복했다. 전공의를 대신해 환자를 돌봤던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역할이 더해지며 진료 수준도 빠르게 정상화됐다.
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진료량은 비상 진료 이전 대비 95% 수준이며 응급실은 평시 기준병상의 99.8%가 운영되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평시 대비 209명 증가했고 전문의·일반의 수도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과 비교해 소폭 증가하는 등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정 장관은 "새 정부가 시작하면서 의료계와 소통이 재개됐고 의료 체계 정상화를 위한 상호 협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상당수 전공의가 복귀했다"며 "(해제 결정을 위해) 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하고 현재 보건의료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각 단계 해제와 동시에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을 종료하고자 한다"며 "지난 1년 8개월 동안 의정 갈등으로 인해 의료현장에서 불편 겪은 환자, 가족에게 위로와 사과드린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환자 곁에서 생명 지켜주는 의료진, 119 구급대 등 공무원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의료재난위기 조치가 풀리면서 이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도 해제된다. 상급종합병원 등에 한시적으로 지급된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등의 조치들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의결을 거쳐 관련 수가를 조정하되, 응급의료 유지 등 효과가 있던 일부 항목은 정규 수가로 전환할 계획이다.
PA간호사, 비대면 진료, 입원전담 전문의 등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된 정책들은 제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정 장관은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로 나아가는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국민·의료계가 공감하는 의료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기구인 '국민 참여 의료혁신위원회'를 조속히 신설해 의료체계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