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나요법 전 "엑스레이 찍으세요" 현실 될까…법안 추진에 의사들 제동

정심교 기자
2025.10.19 16:08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 사용 선언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수원지방법원은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 약식명령을 받은 한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25.2.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엑스레이(X-ray)'를 놓고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엑스레이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무죄 판결이 나온 데 이어,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기존 의료법까지 바꾸려는 개정안까지 발의되면서다.

19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제도적으로 합법화하려는 위험천만하고 비상식적인 발상"이라며 "의학적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에게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한다는 건 국민을 상대로 한 위험한 실험과 다를 바 없다"고 규탄했다.

앞서 지난 1월 수원지방법원은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의료법 위반, 벌금 200만원)을 받은 한의사에 대해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또 2022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합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51명이 지난 2일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엔 엑스레이 같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를 포함하는 것,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을 제도적으로 합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서영석 의원은 "의료기기 기술의 발달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사용이 의료분야에 보편적으로 확대됐다"면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참조해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사용이 법률에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등 법률해석이 변화함에 따라 안전관리책임의 소재를 법률에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소개했다.

하지만 의협 김택우 회장은 "의료법 제27조 제1항(무면허 의료행위 금지)에 따라 한의사는 면허된 한방 의료행위만 할 수 있으며,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명백히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이원적 면허체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영상의학회·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는 13일 공동 성명에서 "(법원의) 이번 판결은 오히려 한의사가 엑스레이 기기를 이용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기존 법체계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한의사들이) 법원 판단을 확대 해석해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이미 합법화됐다'고 주장하는 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학문적 양심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일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현행법(왼쪽)과 개정안(오른쪽) 대비표. /자료=의안정보시스템

하지만 엑스레이 등 영상진단기기를 연구하는 한의사 단체인 대한한의영상학회는 "영상의학회는 '버튼 딸깍권' 같은 무의미한 직역 이기주의에 편승하지 말고, 한의영상의학과의 협력적 연구를 통해 국민의료의 질을 높이는 본래의 학문적 사명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을 공개 저격했다.

한의영상학회는 17일 성명서에서 "한의학에서의 영상의학은 단순히 서양의학 기술을 차용한 게 아니라,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왔다"며 "특히 추나영역에서의 엑스레이 활용은 동적 변위, 균형, 자세 기능평가를 목적으로 하며, 이는 일반 영상의학 전문의가 쉽게 이해하거나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한의영상의학이 단순한 영상 판독을 넘어, 근골격계 기능의학과 한의치료기술을 융합한 고유의 임상학문 체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과학의 산물을 활용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의료인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면서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엑스레이를 진료에 본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방사선의 인체 영향은 피폭량이 적더라도 누적되면 암·백혈병 등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으며, 소아·임산부에게는 더 위험하다"며 "엑스레이 사용은 단순한 기계 조작이 아니라 의학적 진단 행위이며, 의학적 교육을 받지 않은 한의사에게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한다는 건 국민을 상대로 한 위험한 실험과 다를 바 없다"고 맞섰다.

한편 의협은 오는 23일 서영석 의원 부천사무소 앞에서 의협·부천시의사회·관련과 학회·의사회가 집회를 공동 개최해 해당 법안을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또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과 협의해 이 법안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알리고, 법안 철회를 위한 전방위적 대응체계를 가동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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