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보유한 미국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며 차세대 바이오 신기술 확보에 속도를 낸다. 향후 삼성의 바이오 투자 방향성은 물론 이번 투자를 주도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역할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에 따른 독립경영을 앞두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본격화하는 등 삼성의 바이오 사업 확장에서 핵심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생명과학 분야 신기술 및 사업 개발을 위해 조성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을 보유한 미국 아버 바이오테크놀로지(이하 아버 바이오)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의 10번째 투자로, 지난해 진행된 브릭 바이오와 라투스 바이오 투자에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주도했다.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는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동으로 출자해 조성한 벤처 투자 펀드로 삼성벤처투자가 운용 중이다. 삼성은 이를 통해 신사업과 바이오 선행 기술 발굴을 추진하며 2022년부터 현재까지 바이오제약 신기술 개발사 10곳의 투자처를 발굴했다. 투자 분야는 유전자 치료제부터 항체-약물접합체(ADC), 혈중 단백질 분석 기술, 생성형 AI 기반 단백질 신약 개발 및 유전자 편집 기술까지 다각화하고 있다.
삼성은 유전자 편집 기술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아버 바이오에 대한 투자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 기회를 탐색하고, 유전자 편집 기술의 핵심 기술 연구를 위한 협업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유전성 난치 질환, 혈액 질환, 암, 선천성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 활용되고 있다.
아버 바이오는 유전자의 특정 위치를 인식해 절단하고 특정 유전자를 삽입, 삭제, 변형, 치환할 수 있는 기술인 유전자 편집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 벤처다. 회사는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기반 예측 기법과 고속 실험 검증 수행을 통해 다양한 크기와 기능의 최적화된 효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부분의 인간 유전체에 대한 편집이 가능하다.
아버 바이오의 공동 창업자 펑 장 박사는 크리스퍼-캐스2(CRISPR-Cas2) 기반 유전자 편집 기술의 동물 및 인간 세포 내 응용 가능성 측면에서 혁신적인 기여를 한 유전자 편집 기술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유전자 편집 치료제 개발사 에디타스 메디슨과 빔 테라퓨틱스를 공동 설립한 바 있다.
삼성은 투자뿐 아니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에 따른 독자 체제를 앞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설되는 투자지주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주력 자회사로 지주사의 사업 확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1일 중국 프론트라인과 차세대 ADC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간 쌓아 온 바이오시밀러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공정 개발과 임상을 담당한다. 프론트라인은 고유의 기술 플랫폼을 통해 차세대 후보물질을 발굴한다.
이는 지난해 말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체제에서 이뤄진 첫 번째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 이후 삼성이 어떤 바이오 분야에 추가로 투자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김 사장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류한 바이오 연구개발(R&D) 전문가로,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단독대표도 겸임할 예정이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에피스홀딩스는 에피스가 안정적인 바이오시밀러 실적 성장을 토대로 신약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신설 자회사가 플랫폼 기술로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하며 바이오 R&D 생태계를 구축해 바이오 투자 지주사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