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은 "수용 곤란", 닥터헬기는 "출동 곤란"…응급의료 빨간불

정심교 기자
2025.10.30 15:28

수련병원을 떠났던 응급의학과 전공의 42.1%가 지난 9월 복귀했고,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지만 응급의료 현장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전공의 인력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데다 수련 시간도 줄었는데, 의정사태 때 이미 번아웃 된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떠나면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미래는 없을 것"이란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올해 1~8월 응급의료기관에서 응급환자를 받지 못한다는 '수용 곤란' 메시지를 고지한 건수는 전체 8만3181건 중 '기타(진료과 사정, 이송 전 문의 등)'가 52.9%(4만3985)로 가장 많았고, '인력 부족' 36.7%(3만504건), '병실 부족' 9%(7462건), '장비 부족' 1.3%(1062건) 순이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응급의료기관 수용 곤란 고지 건수 현황'에 따르면, '응급환자 수용 곤란'을 고지한 건수는 2023년 5만8520건에서 2024년 11만33건으로 88% 증가했다.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대기하는 닥터헬기도 30%는 '무용지물'이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닥터헬기 출동 접수 건수는 총 8322건이었는데, 그중 2278건(27.4%)은 출동 요건이 맞지 않아 출발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고(기각), 291건(3.5%)은 출동이 결정됐거나 헬기가 이륙했는데도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중단).

그 사유로는 '기상 악화 등 환경 문제'가 50%(올해 '기각' 기준)로 가장 컸지만 '다른 임무 수행 중'(10.3%), '업무시간 부족'(8.3%) 등의 사유도 뒤를 이었다. 2011년 국내 도입된 닥터헬기 사업은 전국 8개 권역에서 운영되지만 △이착륙장 부족 △야간·악천후 출동 제한 △지역 갈등 △지역 간 격차 등으로 잡음이 이어졌다. 응급환자의 생명은 몇 분 차이로 갈릴 수 있는데 닥터헬기 기각률이 30%에 육박한다는 건 사실상 응급 이송체계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란 지적이다.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16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신설된 제주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 격납고에 닥터헬기가 보관돼 있다. 2025.6.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특히 응급상황 대처에 취약한 소아·노인·장애인이 응급진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응급의료기관의 소아응급환자 진료현황'에서 현재 전국 425개 응급의료기관 중 24시간 내내 소아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한 곳은 266개소(6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58개 기관(37.5%)은 야간·휴일 등 특정 시간대에 소아 진료를 받을 수 없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44개 중 9곳(20.5%), 지역응급의료센터 137개 중 48곳(35.0%), 지역응급의료기관 232개 중 101곳(43.5%)은 '24시간 소아응급환자 진료'를 하지 못했다.

지역별 편차도 컸다. 강원도는 권역·지역응급의료기관이 22곳 지정돼 있지만 그중 24시간 소아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한 곳은 단 1곳뿐이었다. 부산도 29개 응급의료기관 중 24시간 진료가 가능한 곳이 1곳에 그쳤다. 반면 서울은 52개 중 32곳, 경기도는 74개 중 41곳이 24시간 소아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해, 지역 간 의료 접근성 불균형이 심각했다.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28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화물청사 계류장 일원에서 항공기 사고를 가정한 '2025년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 훈련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기관, 한국공항공사 등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재난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실시된다. 2025.10.28. woo1223@newsis.com /사진=우장호

독거노인과 장애인은 응급진료에 빠르게 대처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에 복지부는 2013년 독거노인과 장애인의 가정 내 감지 장비 설치와 모니터링, 응급관리요원의 현장 출동 등 신속한 응급진료를 지원하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실시했다. 하지만 정작 이 서비스 대상자인데도 서비스받지 못한 대기자가 넘쳐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대상자는 올해 기준 노인 26만5227명, 장애인 1만2734명으로 2020년 대비 각각 615%, 798% 늘었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고도 서비스 이용하지 못하는 대기자만 올해 6월 3만5332명, 7월 3만7180명, 8월엔 4만661명에 달했다.

반면 이용자를 담당하는 응급관리요원은 766명으로 요원 1인당 362.8명을 담당해, 업무 부담이 심각했다. 2022년 대비 요원 1인당 담당 인원수가 120명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응급관리요원은 평상시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야간·휴일에도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현장 확인이 필요할 경우 즉시 출동해 대응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응급관리요원 1인당 평균 201회가량 출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영석 의원은 "응급실 인력난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응급의료 체계를 신속히 복원하고, 응급실 인력 확충·근무환경 개선·이송조정시스템 개편 등 국민이 위급한 순간 거부당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상훈 의원은 "이라며 "정부는 단순히 헬기만 늘릴 게 아니라, 야간·악천후 시 대안적 출동체계 보완, 헬기장 인프라 확충 등 실질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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