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불임환자 29만명…늦은 결혼·출산에 2년 연속 증가세

홍효진 기자
2025.12.29 16:55

결혼·출산 연령 높아지며 불임 환자↑
스트레스·흡연·음주·비만 등도 영향

국내 불임 환자 수 추이. /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우리나라 불임 환자 수가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혼인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고 스트레스 등 여러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불임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질병·진료행위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불임 환자 수는 29만2148명으로 전년(24만2713명) 대비 20% 늘었다. 남녀 환자 수는 지난해 각각 18만5231명, 10만6917명으로 전년보다 남성은 3만여명, 여성은 1만8000여명 증가했다.

국내 환자 수는 최근 2022~2024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불임 진료비는 3033억원으로 전년(2593억원) 대비 약 17% 늘었다. 최근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전문 병원에 대한 접근성 확대 등에 따라 진단율이 늘면서 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불임은 부부가 피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적인 성생활을 했을 때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심평원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정상적으로 부부관계를 하고 있다면 한 주기 당 임신 확률은 15~25%로, 1년 내 85~90%의 부부가 임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불임 빈도는 10~15%로 보고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병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의 경우 30대 중반 이후 난소 기능과 수와 질이 감소한단 사실이 알려져 있고 남성 역시 고령화에 따라 정자의 운동성 등이 감소할 수 있다"며 "비만·당뇨병·갑상선 질환 등 만성 질환 증가와 환경호르몬 노출에 따른 호르몬 불균형과 생식기능 저하가 유발될 수 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난소와 고환 기능이 상실되는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남성 불임의 가장 주된 원인은 정자 수와 운동성의 저하다. 스트레스·흡연·음주·비만 등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연·절주·체중 관리·규칙적 운동이 도움 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배란 장애, 난소기능 저하, 난관·자궁의 구조적 문제, 호르몬 이상 등이 알려져 있다. 체중 관리 및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난관·자궁 문제에 대해선 조기 검진 및 치료가 중요하다.

정자연 마곡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가임력 검사를 활용해 부인과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난소기능검사(AMH) 등을 통해 본인 난소 기능을 미리 파악해두길 권한다"며 "난관 폐쇄의 원인이 되는 골반염 예방, 배란 장애를 유발하는 고도 비만이나 저체중 관리, 흡연과 과음을 피하는 것이 난임 예방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피임약 장기 복용도 불임 요인이 될 수 있다.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과장)는 "용수철에 큰 바위를 오랫동안 올려둔 뒤 치우면 튀어 오르는 정도가 약해지는 것처럼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한 뒤 멈추더라도 인위적으로 억제된 체내 호르몬이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기능은 저하된다"며 "호르몬 문제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소한 6개월에 한 번씩은 (이상 유무를) 검사하고 전문의와 상의 후 복용·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 교수는 특히 불임 환자에 대한 지원 수준과 인식 개선 등 정책적 노력이 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구 교수는 "결혼 연령이 35세에서 40세를 넘기는 경우도 많은데 보통 30세를 넘어가면 난자를 동결하는 게 좋다"며 "가임력을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특히 미혼 젊은 층에 대한 관련 시술과 치료의 정책 지원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불임 치료는)거의 매일 꾸준히 병원 방문이 필요한 부분인데 현재 제공되는 휴가는 이러한 장기적 싸움에 충분하지 않다"며 "실제 많은 여성이 휴직이나 사직하고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관련 지원이 많이 부족하다. 남성의 경우 주변에 (불임을) 알리기를 꺼리는 분위기 탓에 적극적인 치료가 어려운 만큼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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