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만약 '마운자로'의 성분인 터제파타이드가 의약품 단일 성분 기준 전 세계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2위도 비만약인 '위고비' 성분 세마글루타이드다. 2년 연속 1위였던 항암제 '키트루다'는 3위가 됐다. 항암제 중심이었던 블록버스터(연 매출 1조원 이상) 신약 지형이 비만·대사 질환 치료 위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유진투자증권이 블룸버그 전망치 등을 인용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단일 성분 기준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은 일라이 릴리의 터제파타이드 성분으로 예상 매출액은 359억달러(약 52조300억원)다. 터제파타이드는 미국에서 당뇨병 치료제로는 마운자로, 비만 치료 시에는 '젭바운드'로 승인됐는데, 각각 지난해 매출액이 228억달러(약 33조400억원), 131억달러(약 18조9900억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2위는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의약품으로 지난해 잠정 집계 매출액은 356억달러(약 51조6000억원)다. 세마글루타이드가 비만 치료로 쓰일 때는 위고비, 당뇨 치료에 쓰일 때는 '오젬픽'으로 판매되는데 두 의약품 판매금액을 합한 수치다.
터제파타이드와 세마글루타이드의 지난해 예상 합산 매출액은 705억달러(약 102조3100억원)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화 기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이 100조원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3위는 MSD의 항암제 '키트루다'로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315억달러(약 45조6700억원)다. 키트루다는 2023년부터 2년 연속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에 올랐으나 비만약 성분에 매출 순위가 밀리게 됐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까지 글로벌 상위 매출 제품 리스트에서 최상위권을 기록한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젭바운드 같은 인크레틴 제품이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 성장의 중심축이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GLP-1 계열 비만·대사 치료제 성분들이 항암제인 키트루다 중심의 블록버스터 지형을 완전히 뒤집었다. 이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비만·대사 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항암제 중심 블록버스터 지형을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올해에는 비만치료제 매출 성장에 힘입어 일라이 릴리가 글로벌 1위 제약사로 등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는 올해 터제파타이드 성분 매출이 450억달러(약 65조2600억원)를 기록하고, 릴리는 전문의약품 매출 755억달러(약 109조4900억원)로 1위 매출 제약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권 연구원은 "2030년까지 비만·대사 관련 치료제 시장은 1000억달러(약 144조9700억원)를 초과하는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내 비만 치료 대상이 되는 환자들은 총 인구의 약 40% 정도로 추정되는데, 비만 치료 대상 환자 중 약 10~20% 수준만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점이 지속될 수요의 고성장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0년 이후 미국 내 세마글루타이드 특허 만료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2030~2032년을 정점으로 시장 크기가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30년 경에는 다수의 제약사들로부터 신규 비만 치료제가 출시될 예정이지만 그 시기부터는 체중 감량 효과보다는 제형 다변화로 접근성 향상, 근육 보존을 통한 체중 감량의 질 등 차별화에 따른 마케팅 전략이 상업화에 있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관전 포인트는 성장 자체보다 상업화 트렌드가 주사제, 경구제, 병용 및 차세대 기전 중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분산될 것인가로 이동할 전망"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의 비만약 개발 상황과 관련해선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최종 결과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약 승인이 기대되며, 승인 시 2026년 하반기부터 국내 개발 비만치료제 판매가 예상된다"면서 "이 외 대사질환인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신약후보물질들의 임상 2상 및 1상 결과가 상반기에 발표될 전망이며, 그 결과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주가 변동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