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엄두 안 났는데" 가격도 군살 뺀다...'커피값' 비만약 출시 예고

박미주 기자
2026.01.14 14:37

일라이 릴리, 스타벅스 커피 비용 수준의 경구용 비만약 다국가에서 출시 계획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사진= 뉴시스

비만약 '마운자로'를 판매하는 일라이 릴리가 하루 5달러(약 7400원) 스타벅스 커피 비용 수준의 경구용(먹는) 비만약을 미국 승인 직후 다수국에서 거의 동시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비만치료 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한국바이오협회 등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의 연구개발·제품 총괄 책임자인 다니엘 스코브론스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진행된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경구용 비만약의) 공급은 충분하며 가능한 한 빠르게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출시할 것"이라며 "하루에 5달러다. 우리는 (비만약을) 만들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했지만 스타벅스 커피 가격으로 (경구용 비만약 오포글리프론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릴리는 지난해 4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오포글리프론의 허가를 신청했다. FDA로부터 패스트 트랙 심사 바우처(CNPV)를 확보해 승인 절차가 크게 단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반적인 신약 심사 기간이 10~12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릴리는 수개월 내 미국 승인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 진입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 경구용 비만치료제에 있어 후발주자인 릴리는 이달 초 미국에서 출시한 노보 노디스크와의 차별화를 분명히 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우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 성분명)는 공복 복용과 복잡한 복용 규칙이 요구되는 반면, 오포글리프론은 음식이나 물 섭취, 복용 시간에 제한이 없는 저분자 기반 약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복용 편의성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요소로, 보험자와 정책 당국이 치료 지속성과 비용 효과성을 평가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릴리는 오포글리프론을 주사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치료제 이후의 유지 치료 선택지로도 적극적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이는 이미 체중 감량에 성공한 환자들이 장기 주사 치료를 중단하고 경구제로 전환해 체중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으로, 비만 치료가 단기 감량 중심에서 장기 관리 모델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구용 치료제 등장으로 비만약의 환자 부담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그동안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높은 약가로 인해 보험 적용이 제한적이었고, 다수 국가에서 공공보험 체계 밖에 머물러 있었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경구제가 등장할 경우 비만을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유사한 만성질환으로 보고 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국내에서 비만약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전이나 복합 치료 전략이 필요해질 것이란 제언이다. 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가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대량 생산·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면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GLP-1 계열 추격을 넘어 차별화된 기전이나 복합 치료 전략이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경구 제형, 저분자 기반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혹은 비만과 연관된 심혈관· 지질 대사 질환을 동시에 겨냥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릴리가 직접 소비자 판매 플랫폼인 '릴리 다이렉트(Lilly Direct)'를 통해 비보험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산업 구조에도 의미를 주고 있는데, 현재까지 100만명 이상이 이 플랫폼을 통해 치료를 받았다는 점은 제약사가 기존의 처방·보험 중심 유통 구조를 넘어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모델을 실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향후 국내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 진료, 약 배송 서비스 등과 결합한 새로운 유통 모델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오포글리프론의 등장은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구도를 넘어 정책·보험 체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그리고 제약 산업의 유통 구조 전반에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올해 FDA 승인과 실제 출시가 현실화될 경우 비만 치료는 고가 혁신 약 중심의 제한적 시장에서 보다 대중적이고 장기 관리 중심의 영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정책적·산업적 대응이 본격적으로 요구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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