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적용' 오젬픽, 위고비보다 10배 싼데..."병원비 강요" 환자 반발, 왜

박정렬 기자
2026.01.26 15:02
건강보험 급여 적용되는 '오젬픽'/그래픽=이지혜

비만약 '위고비'와 동일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의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당뇨약 '오젬픽'에 다음달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보건복지부는 오젬픽 급여 신설을 골자로 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 개정 고시안을 26일 행정예고했다. 오젬픽 급여 대상은 제2형 당뇨병이면서 기존 치료제인 '메트포르민'과 '설폰요소제' 계열 약제를 2~4개월 이상 병용 투여해도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7% 이상인 환자 중 △체질량지수(BMI)가 25kg/㎡ 이상 또는 △인슐린 요법을 할 수 없는 경우다.

환자는 메트포르민+설폰요소제+오젬픽 등 3종 병용요법 시 급여가 인정되고, 이를 통해 혈당이 개선되면 2종 병용요법(메트포르민+오젬픽)에도 급여를 적용받게 된다.

경구용 약제가 아닌 주사제인 인슐린 투여 환자도 병용 치료 시 급여가 적용된다. 인슐린만 단독으로 쓰거나 또는 메트포르민과 2~4개월 이상 병용 투여에도 HbA1C가 7% 이상인 경우, 또는 오젬픽에 메트포르민(+설폰요소제) 2~3종 병용투여에도 HbA1C가 7% 이상인 경우는 인슐린과 오젬픽 병용요법에 급여가 인정된다.

까다로운 조건에 환자·의료진 반발도

오젬픽은 비만약으로 널리 알려진 위고비와 사용 방식과 적용 용량(최대치)은 달라도 성분이 같다. 그래서 당뇨병약인 오젬픽에 급여를 적용하면, 비만 환자들이 비급여로 위고비 대신 오젬픽에 쏠릴 것이라며 '오남용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급여 적용 시 오젬픽 0.5㎎과 1㎎의 환자 본인 부담금은 각각 2만원 초반, 4만원 초반으로 예상된다. 위고비는 한달 약값이 평균 20~30만원 정도로 이보다 훨씬 비싸다.

이를 의식한 듯 복지부는 오젬픽 급여 기준을 매우 까다롭게 설정했다. 먼저 최초 투여 시 약제투여 과거력, HbA1C나 BMI 등 검사 결과를 제출하고 이후 3개월마다 HbA1C와 BMI를 측정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1회 처방 기간도 첫 3개월은 최대 4주, 3개월 이후에는 최대 3개월까지로 제한했다. 나아가 오젬픽 급여화에 맞춰 환자가 자비로 오젬픽을 비급여로 쓰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게 제재 조항까지 추가했다.

연령별 당뇨병 유병률/그래픽=윤선정

하지만 이를 두고 정부가 '오남용 차단'만 신경 쓰고 치료 접근성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당뇨병 환자는 이날 복지부 홈페이지에 "주 1회만 맞으면 되는 편리한 약(오젬픽을 말함)을 매달 병원에 오게 강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연차와 병원비를 강요하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글쓴이는 "적절한 치료로 혈당이 7% 미만으로 조절되면, 약효가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물론 전액 본인 부담 처방조차 제한되는 것"이라며 "혈당 수치는 치료의 '결과'이지,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차단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의료계에서도 급여 기준이 과도하게 설정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곽경근 서울시내과의사회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은 "설폰요소제는 현재 한국, 유럽, 미국 가이드라인 등에서 반드시 권고하지는 않는 약인데, 이를 써야지만 급여를 적용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합리한 처사"라며 "당뇨병과 동반된 간 질환에는 GLP-1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오고 있는데 이마저 환자가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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