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 수 1346만명(16일 기준)을 기록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연일 화제다. 그중에서도 '단종'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지훈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박지훈은 다양한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하루 사과 한 개만 먹으며 15㎏을 감량, 배역 준비를 했다고 고백해 이목을 끈다. 이는 극 중 창백한 얼굴과 수척해진 체형으로 단종의 고통을 섬세하게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실제 박지훈은 한 예능 채널에서 "먹는 걸 좋아하지만, 배고픔이 느껴져야 그 감정이 얼굴에 담길 것 같았다"며 "싫어하는 과일이 사과라서 식욕을 없애기 위해 선택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인기와 함께 봄철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며 박지훈의 이 같은 뒷이야기가 세간의 관심을 끌지만, 건강 측면에선 우려할 만하다.
극단적인 체중 감량은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하지만, 특히 근골격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빠르고 크다. 칼로리와 단백질이 극도로 부족해지면 신체는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근육을 분해하기 시작하고, 근육량이 줄어들면 뼈를 지지하고 관절을 보호하는 기능도 함께 약해진다. 여기에 칼슘, 비타민D, 마그네슘 등 뼈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까지 결핍되면, 신체는 혈중 칼슘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뼈에서 직접 칼슘을 끌어다 쓰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골밀도는 점점 낮아지고, 근육과 뼈가 동시에 약해지는 이중 손상이 진행된다.
손상된 근골격계는 '골다공증'이라는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골다공증은 뼈의 밀도가 낮아져 강도가 크게 약해지는 질환으로, 사소한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하기 쉽다. 대부분 중장년층부터 관련 질환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영양 불균형이나 급격한 체중 감량을 경험한 젊은 남녀에게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뚜렷한 증상이 없는 채로 진행되다가 골절이 생긴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식생활문화학회에 게재된 '서울지역 채식·비채식 대학생의 골밀도에 미치는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대학생의 평균 골밀도가 일반식단을 하는 학생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식 대학생 67명과 일반식 대학생 143명을 비교한 결과, 채식 남학생의 평균 골밀도는 101.73, 여학생은 84.15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식 남학생(107.43), 여학생(89.64)보다 낮은 수치다. 특정 식품군에만 의존하는 극단적인 체중 감량이 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근거다.
이에 부작용 없이 몸무게와 근육량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극단적 다이어트 방법보다는 지속할 수 있는 식습관과 운동을 병행하는 게 권장된다. 스스로 체중 감량에 어려움을 겪거나 건강 상태에 제약이 있는 경우라면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울산자생한방병원 김영익 병원장은 "한의학에선 체중 감량 중에도 오장육부를 활성화하면서 근육·뼈를 보호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는다"며 "특히 개인 체질에 맞는 한약을 처방해 근골격계 손상을 선제적으로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한약재인 '의이인'은 혈액 순환과 지방 분해를 방해하는 담습을 제거하고 혈액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부종 완화, 이뇨 작용 등을 도와 체내 노폐물 배출 등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다. '숙지황'은 근육량 감소와 무기력을 막아줄 뿐 아니라, 뼈를 구성하는 혈액과 진액을 보충해 골밀도 유지에 직접 기여한다. 여기에 '나복자'는 저하된 소화 기능을 회복시켜 칼슘, 단백질 등 근골격계 재건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원활히 흡수되도록 기반을 잡아준다. '마황'은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체내 운동 효과를 높여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다.
이미 골밀도가 낮아진 경우에도 한의학적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점 역시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SCI(E)급 국제학술지 'BMC 보완대체의학'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인삼·골쇄보 등을 혼합한 한약 복합 처방이 골다공증 치료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해당 처방이 파골세포(뼈를 분해하는 세포) 활성을 억제하고 조골세포(뼈를 형성하는 세포)의 기능을 촉진해 골밀도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고했다.
김 병원장은 "극단적인 체중 감량으로 손상된 근골격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이 서서히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체중 감량 중 필요시 근육을 유지하고 골밀도를 지키는 치료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