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번 감염되면 4명 중 최대 3명이 목숨을 잃는 '니파(Nipah)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할 우려가 제기되지만, 아직 약도 백신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니파바이러스를 예방·치료할 목적의 백신·치료제 개발에 정부가 뛰어들면서 한국이 이 시장을 선점할지 주목된다.
1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1998년 말레이시아에서 최초 발견됐으나, 2001년 이후 인도에서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인도 누적 환자는 104명이며 사망자는 72명에 달한다. 중국 윈난성 박쥐의 콩팥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우수리땃쥐(쥐 일종)에게서 니파바이러스와 같은 그룹의 헤니파(Henipa)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경각심이 고조된다.
니파바이러스는 과일박쥐를 자연 숙주로 삼고 기생한다. 과일을 좋아해서 이름 붙여진 과일박쥐는 주로 동남아 같은 열대기후 지역에서 자라는 대추야자를 갉아 먹는다. 니파바이러스에 감염된 과일박쥐가 과일(주로 대추야자)를 먹으면서 침·소변·배설물을 남기고, 이 체액·분비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동물·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선 니파바이러스가 감염자의 체액·분비물이 다른 사람의 점막을 통해 침투할 것으로 추정한다.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우인옥 연구관은 머니투데이에 "실제 니파바이러스 감염자 대부분이 감염자를 진료하던 의료진"이라며 "아마 감염자의 체액·분비물이 진료 과정에서 점막으로 튀면서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은 치명률이 40~75%에 이르는 고위험 신종감염병으로, 동물-사람 간, 사람-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특히 사람이 감염되면 초기엔 고열 두통 구토 어지러움 등 증상이 나타나다가 급성 뇌염 또는 폐렴이 발생하는데, 이후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면 48시간 이내 혼수상태를 거쳐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증 뇌염, 폐렴 등을 유발한다. 그런데도 백신·치료제가 없어 세계보건기구(WHO)와 감염병혁신연합(CEPI)는 미래 팬데믹(범유행) 가능성이 있는 '우선 대응 감염병'으로 지정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 이 감염증을 법정 감염병 1급으로 지정했다. 앞서 2023년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이하, 보건연)은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계획을 수립하며 선정한 백신 개발 우선순위 감염병 9종(코로나19·인플루엔자 등)에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포함하고, 국내 기술 기반의 백신·치료제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백신의 경우 빠르면 2029년에 첫 임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우 연구관은 지난 17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서울 중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진행한 미디어아카데미에서 "올해 니파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동물모델 효력평가, GMP 생산 공정 확립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며 "이후 안전성 평가(2027~2028년)와 임상 1상 시험(2029~2030년)을 거쳐 국산 니파바이러스 백신을 확보하려 한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연은 2022년부터 니파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 발굴 연구를 추진했고, 비임상 단계(실험 쥐)에서 면역원성을 확인한 최적의 후보 항원을 확보한 바 있다. 현재는 재조합 단백질(유바이오로직스), 메신저리보핵산(mRNA) 플랫폼(에스티팜) 등 다양한 백신 기술을 적용한 백신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보건연은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보건연은 내년까지 이 감염증 치료제의 후보물질을 찾아내고, 소동물(대표적으로 쥐)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 효능평가(2028~2029년), 영장류 대상 효능평가(2030~2031년)를 거쳐 2032년 임상 1상에 진입하겠단 목표다.
보건연 신종바이러스매개체연구과 김현주 보건연구관은 "국내 기술로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향후 국내에서 이 감염증이 발생할 때 펜데믹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러스는 진화하고 변이를 일으키는 만큼 향후 니파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할 때도 이번 치료제 연구개발 성과가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