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소버린 인공지능(AI)'(주권형 AI)을 핵심 국가 전략으로 내세운 가운데, 고도화된 의료 AI 기술력 확보가 주된 경쟁 요소로 거론된다. 의료 영역이 일상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된 만큼 국내 환경에 맞춘 특화형 기반 모델 개발이 시급하단 제언이 나온다.
서준범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AI기본의료태스크포스(TF)장(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은 31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중요한 건 국내 의료 환경에 맞는 파운데이션 모델의 개발"이라며 "파운데이션 모델로 인간의 지능과 상식을 가진 AI 에이전트를 만들면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 기술 효용성 범위도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료 AI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의사용 챗GPT'로 불리는 '오픈 에비던스'는 현재 미국 의사 절반 이상이 활용할 만큼 주목받는 플랫폼이다. 할루시네이션(정보 조작)을 최대한 걷어내고 의료 데이터에 전문화된 체계를 만든 게 특징이다.
서 TF장은 "오픈 에비던스는 환자 전자의무기록(EMR)을 (플랫폼에)넣으면 진단, 투약 문제, 추후 관리, 필요한 가이드라인 요약 등이 모두 가능하다"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모델이 개발되면 1·2차 의료기관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EMR 기업인 미국 에픽은 최근 공개한 헬스케어 플랫폼 '코멧'(Comet)을 통해 자국민 1억명 이상의 의료 데이터를 확보, △질병 발생 및 합병증 예측 △응급상황 발생률 등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 TF장은 "미국 인구 3분의 1 데이터를 분석해낸 것"이라며 "한국도 이 같은 대규모 데이터 플랫폼이 마련돼야 구체화한 공공 의료비 절감 전략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한국형 보건의료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고 서 TF장은 짚었다. 그는 "AI전략위원회 내부에서도 의료 영역의 독자적인 '지식체'를 만들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며 "개발에 성공한다면 한국형 시스템 자체를 해외에 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서 TF장은 개발된 기반 모델을 통해 독립적 판단이 가능한 AI 에이전트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국가AI전략위원회는 지난 2월 의료 분야를 포함한 AI행동계획(2026~2028)을 수립한 바 있다. 다만 의료 AI는 진료 데이터와 개인 건강 데이터 및 공공 데이터 간 결합이 필수인 만큼, 이에 대한 공유 허들을 낮추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전략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올해 1분기까지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활용방안'을 마련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관련 계획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