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빠지는 약 아니다"… 체중계 숫자 넘은 위고비의 비밀

정심교 기자
2026.04.15 11:21

[닥터프렌즈 우창윤 전문의과 함께하는 GLP-1 이야기] ④

[편집자주] 본지는 비만 환자를 진료해온 내분비내과 전문의이자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의 우창윤 윔클리닉 대표원장과 함께 5회에 걸쳐 GLP-1 비만 치료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파헤친다. 체중을 얼마나 많이 줄이는지가 관건이던 기존 비만치료에 대한 담론을 넘어 비만을 대사질환으로 바라보고, 체중감량은 물론 대사질환 치료까지 가능케 한 GLP-1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닥터프렌즈'의 우창윤 내분비내과 전문의(윔클리닉 대표원장). /사진=윔클리닉

위고비와 같은 GLP-1 치료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효과는 체중 감량이다. 하지만 최근 위고비를 둘러싼 논의는 '얼마나 빠지느냐'를 넘어서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비만 치료가 체중 관리에서 그치지 않고 건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근거가 바로 SELECT 연구다. SELECT는 심혈관 질환이 있으면서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위고비가 심혈관 질환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한 대규모 임상시험이다. 위고비는 심근경색·뇌졸중·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발생 위험을 20% 줄였다. GLP-1 비만 치료제가 심혈관 위험 감소 효과를 임상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목할 점은 이 결과가 단순히 체중이 줄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SELECT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이미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이었다. 이들에게서 관찰된 위험 감소는 체중 변화와 더불어 혈당, 혈압, 염증 상태 등 대사 전반의 개선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즉, 비만 치료가 체중계 숫자를 넘어 심혈관 질환의 재발 위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 지점에서 비만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비만은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 질환·당뇨병·지방간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출발점이다. 그동안 비만 치료는 '부수적인 관리'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SELECT 연구는 비만 자체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예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이런 인식 변화는 점차 반영되고 있다. 체중 감소만이 아니라 심혈관 위험이 큰 환자에서 전반적인 대사 부담을 낮추기 위한 치료 옵션으로 위고비를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특히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 대사 이상을 함께 가진 환자에서 체중 감량과 함께 나타나는 전반적인 위험 인자 개선은 치료 전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다.

최근 발표된 리얼월드 데이터인 STEER 연구에서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치료받은 환자들의 심혈관 사건(MACE) 감소 효과를 관찰했는데, 위고비에서 더 일관되고 뚜렷하게 관찰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SELECT 연구에서 확인된 혜택이 단순히 체중이 많이 빠졌기 때문만은 아닐 가능성을 시사한다.

SELECT 연구에서는 이 부분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체중 감량 폭이 컸던 환자에게서만 심혈관 혜택이 집중됐는지, 체중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환자에서도 혜택이 나타났는지, 혹은 허리둘레 변화가 심혈관 결과 개선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지를 함께 살폈다. 그 결과, 특정 하위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유사한 심혈관 혜택이 관찰됐다. 이는 위고비의 심혈관 위험 감소가 단순한 체중 감량의 부산물이라기보다 세마글루티드가 비만과 대사 전반에 작용하는 치료 효과의 결과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처음으로 돌아가 이제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얼마나 빠지느냐'가 아니라, '전신 건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느냐'다. 비만 치료는 더 이상 미용의 영역이 아니다. 체중 감량을 넘어, 질병으로 이어지는 경로 자체를 바꾸는 치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SELECT 연구는 그 변화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근거 중 하나다.

외부 기고자 - 우창윤 '닥터프렌즈' 내분비내과 전문의(윔클리닉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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