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타박상을 입었거나 골절·부상·수술 부위가 회복했는데도 상상을 초월하는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 있다. 바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이다. 바람만 불어도 칼에 베이는 듯한 통증, 불에 타는 듯한 작열감으로 악명 높은 이 병은 단순한 신경통이 아닌 신경계의 오작동으로 발생하는 중증 희귀 질환이다.
' 구름계단', '쩐의 전쟁' 등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 신동욱도 CRPS로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군대에서 이 병을 진단받았고, 제대 후 연예 활동을 중단하고 본격적인 투병 생활에 들어갔다. 그는 "한때 바람만 불어도 칼에 베이는 것처럼 몸이 아팠다"며 CRPS 증상의 고통스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미국·유럽의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6~25명이 CRPS를 겪는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2~3배 많고, 전 연령대 중 20~70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아직 뚜렷한 치료법은 없어서 한번 걸리면 상당히 오랜 기간 고통받아야 한다.
CRPS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1형(과거 반사성 교감신경 위축증)은 뚜렷한 신경 손상의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며, 전체 환자의 약 90%를 차지한다. 반면 2형(과거 작열통)은 직접적인 신경 손상이 확인되는 경우를 말한다.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재헌 교수는 "1형은 가벼운 염좌나 단순 골절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어 예측하기 어렵고, 2형은 사고·수술 등 직접적인 신경 손상, 외상이 원인"이라며 "두 유형 모두 통증이 손상 부위를 넘어 주변까지 확산하며 부종(붓기), 피부색 변화, 운동 제한 등 통증 외에 다양한 이상 증상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CRPS의 고통은 의학계에서 사용하는 통증 척도(VAS)에서 출산이나 손가락 절단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특히 통증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도 통증을 느끼거나, 아주 약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이질통'과 같은 자극에도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는 '통각과민'이 대표적이다.
이들 환자는 부상에서 회복 후에도 통증이 줄지 않고 오히려 심해진다. 옷깃이 닿거나 스치기만 해도 비명을 지를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 부위의 피부색이 붉거나 푸르게 변하고 온도가 수시로 변하거나 반대쪽(정상 부위)과 비교해서 만져보면 온도가 높거나 낮다.
또 통증 부위에 식은땀이 나면서 축축하기도 하지만, 정상 부위보다 땀이 나지 않으면서 건조하기도 한다. 통증 부위가 붓거나, 통증 부위의 털이 가늘어지거나 굵어질 수 있다. 손발톱의 변화가 생기거나, 피부가 얇아지거나 괴사하고, 해당 부위의 근력이 약해지거나 관절이 뻣뻣해질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여러 증상이 동시에 발생했다면 지체 없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CRPS 진단은 문진과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하며,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삼상골스캔검사 △근전도 검사 △적외선 체열 촬영 △감각기능 검사 △정량적 발한기능 검사 등을 병행한다. 치료는 약물요법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신경 차단술, 케타민을 포함한 다양한 약제의 주입 요법, 척수 자극기 삽입술, 척수강내약물주입펌프 등 적극적인 중재 시술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CRPS는 증상이 나타난 후 3개월 이내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통증이 뇌에 각인돼 치료가 매우 까다로워진다"며 "초기에 다양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통증의 고리'를 끊어주는 게 만성화를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