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조용히 진행되는 '침묵의 병'이다. 뚜렷한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뇌졸중·협심증·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요즘,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는 급성 심혈관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오는 17일 세계 고혈압의 날을 맞아 고혈압 예방·관리의 중요성을 알아본다.
15일 질병관리청의 '성인 고혈압 유병률 추이' 분석에 따르면 남녀 평균 고혈압 유병률은 2023년 20%에서 2024년 22.2%로 증가했으며, 성별로는 남성 26.3%, 여성 17.7%로 조사됐다. 남녀 모두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아졌고 70세 이상에서는 남성 약 60%, 여성 약 70% 수준의 유병률을 기록했다. 고혈압 유병률은 수축기 혈압(혈압이 가장 높아지는 때)이 140수은주밀리미터(㎜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혈압이 가장 낮은 때) 90㎜Hg 이상 또는 고혈압 약물을 복용하는 분율이다.
눈에 띄는 증상이 없는 고혈압은 장기간 약물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하는 까다로운 질환이다. 최근에는 자극적인 배달 음식과 초가공 식품, 잦은 음주 등 잘못된 식습관으로 '젊은 고혈압' 환자도 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의 '2024 고혈압 팩트 시트'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 약 1300만명 중 20~30대 청년층 유병자는 약 89만명으로 추산된다.
김민식 인천힘찬종합병원 순환기내과 과장은 "20~30대에 시작된 고혈압은 혈관이 높은 압력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 40~50대 이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합병증 위험이 높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2020년 미국심장학회지 게재된 '고혈압 발병 연령과 심혈관질환 및 사망 위험의 연관성'이란 제목의 연구에 따르면 45세 미만에 고혈압이 발생한 군은 고혈압이 없는 같은 연령·성별 대조군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26배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급성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은 ①하루 1.5~2리터(ℓ)의 충분한 수분 섭취 ②가장 더운 시간대(오전 10시~오후 5시) 외출 자제 ③실내 온도 24~26도 유지 ④평소와 다른 피로감·어지럼증·두근거림 반복 등 몸 상태 변화에 민감해지기 ⑤정기 건강검진 등 생활 수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박진선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령층이나 심혈관질환자는 짧은 시간의 고온 노출만으로도 심근경색이나 심장 돌연사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무더위를 단순 계절 현상으로 여기기보다 적극적인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은 생활 습관과도 밀접한 만큼 식사 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 등 일상 속 작은 변화만으로도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과다한 염분 섭취는 혈압 상승과 비만을 유발할 수 있어 삼가야 한다. 우종신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간장·된장·김치 등 염분이 높은 음식을 자주 먹는 식습관을 고려할 때 의도적으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조림보다 구이·찜 위주의 조리법을 선택하고 샐러드는 드레싱 없이 섭취하며, 국물 요리는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