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사법 통과한지 6개월, 바뀐 게 없어" 한국 떠나는 문신사들, 왜

정심교 기자
2026.05.19 16:53

대한문신사중앙회-국회의원 13명, 3차 정책토론회 개최
복지부 하위법령 논의 부진에 "속도 내야" 질타 쏟아져

타투이스트 이한범씨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문신사 정책 토론회'에서 문시사법 하위법령 논의가 6개월 넘게 제자리인 점을 지적하며 발언하고 있다./사진=정심교 기자

"국내 톱클래스 타투이스트 20명이 최근 한국을 떠났습니다. 문신사법이 통과된 지 6개월이 넘었는데도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K-타투를 시술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늘고 있지만, 정작 실력 있는 문신사들은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타투이스트 이한범씨)

1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문신사 정책 토론회'에서 현직 문신사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지난해 10월28일 제정돼 내년 10월29일 시행되는데, 시행 전 유예기간에 서둘러 만들어야 할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이 아직도 제자리걸음하고 있어서다.

사단법인 대한문신사중앙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위원장,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위원장 등 여야 국회의원 13명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선 최근 보건복지부가 추진해온 '문신사법 시행 준비 자문단'이 무산된 상황과 관련, 질타가 쏟아졌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하위법령에 담을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문신사 2명, 의사 2명 등을 포함한 '문신사법 시행 준비 자문단'을 꾸리려 했지만, 문신 관련 단체장들의 이권 다툼으로 결국 무산됐다. 이후 복지부는 회의 참여를 희망하는 모든 문신 관련 단체장에게 '참석 티켓'을 주고 지난 12일 단체장 40여명과 영상회의로 첫 대면했다. 하지만 문신 시술 경험이 없거나 불법 마취크림과 레이저기기 등을 제조·판매·사용해 온 단체장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의의 질'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이날 토론회 현장에선 문신사뿐 아니라 여의 의원들도 문신사법 하위법령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문신사법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장, 김한숙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 /사진=정심교 기자
장영아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발언자)는 "문신사법 하위법령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문신 현장을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심지어 해당 영상회의에 참석했던 일부 단체가 회의에 참석한 사실 자체를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실태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장영아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는 "하위법령 논의가 장기간 지연되거나 혼선이 반복되면 피해는 현장 종사자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복지부가 흔들림 없이 제도 정착 작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문신 시술 현장도 책임 있는 협조와 성숙한 논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직 문신사들은 "현재도 소비자 안전을 위해 자체적으로 위생관리와 감염예방 교육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통일된 기준과 관리 체계가 부재하다 보니 현장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한범 타투이스트는 "소비자들이 문신사법 시행 이후 달라지는 기준과 안전관리 체계에 대해 많이들 질문하지만, 하위법령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현장에서도 명확하게 답변하기 어렵고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문신사 제도 시행을 앞둔 현장의 목소리와 핵심 과제'란 주제로 발표한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 회장은 "문신사법은 단순히 직업을 인정하는 법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한 관리 체계를 만드는 법"이라며 "현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들어지는 제도는 현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문신용 염료와 장비, 시설 기준 등 핵심 제도 등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았다"며 "복지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논의에 속도를 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 회장이 '문신사 제도 시행을 앞둔 현장의 목소리와 핵심 과제'란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왼쪽부터) 장영아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사, 이한범 타투이스트, 김수현 성균관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박사, 양성일 전 보건복지부 제1차관, 조은미 남서울대 교수, 권영애 민간 아카데미 원장, 김태남 비숍코리아 대표, 정심교 머니투데이 기자. /사진=정심교 기자

문신사법 제정·시행에 대한 언론의 시선도 공유됐다. 본지 정심교 기자는 "문신사법 유예기간(2025년 10월28일~2027년 10월28일) 731일 중 196일 동안 정부와 문신사가 대화하지도 못한 채 사라졌다"며 "지난 12일 복지부는 안전한 문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단체장들과 영상회의를 개최했다고 했지만, 정작 간담회에 참석한 단체장들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칠 만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앞서 보도된 관련 기사 등을 사전에 검토했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지적들에 대해 복지부 김한숙 건강정책국장은 "지난 12일 단체장 40여명과 진행한 영상회의는 여러 단체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용하기 위해 회의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며 "조만간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따로 열 예정이고, 단체장의 자격을 제한해 깊이 있는 논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는 하위법령을 만들기 위해 연구용역도 진행하며 손 놓고 있지는 않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속도'에 아쉬움을 크게 느끼는 것 같다"며 "언급된 사항을 앞으로 신경 써서 반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과 문신사들, 복지부 관계자들이 토론회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