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여·30대)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마친 뒤 평소보다 운동과 식단 등 관리에 신경 쓰고 있지만 여전히 걱정이 많다. 김씨는 "몸이 이상하다 싶은 신호가 아예 없었는데 암 진단을 받아 큰 충격을 받았다"며 "수술은 잘 마쳤지만 재발할까 무서워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자궁의 입구 부분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은 전 세계 여성 암 중 네 번째로 흔한 암이다.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에서 66만1021명의 자궁경부암 신규 환자가 발생했고 34만8189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선 2023년 기준 30~39세 여성에서 조발생률(인구 10만명당 암 발생률) 4위를 기록하며 여성 암 중 발생률 상위권에 올랐다.
자궁경부암은 초기엔 아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암이 진행되면 첫 증상으로 출혈을 보일 수 있지만 상당히 진행돼도 출혈이 없을 수 있다. 증상이 있다면 성관계 후 질 출혈이 가장 흔한 증상으로 꼽힌다. 처음엔 피가 묻어 나오는 정도로 경미하다, 암이 진행되며 출혈량과 질 분비물이 증가하고 궤양이 악화하는 양상이다. 암이 직장·방광·요관 등 주변을 침범하면 배뇨곤란·혈뇨·허리통증·체중감소 등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된 발병 요인은 주로 성 접촉으로 감염되는 고위험 HPV(인유두종 바이러스)로, 자궁경부암 환자의 90% 이상에서 HPV 감염이 확인된다. 특히 여성의 약 70%는 평생 한 번 이상 HPV에 감염될 만큼 감염 사례가 흔하다. 대부분의 HPV 감염은 자연적으로 사라지지만 지속적인 감염 발생 시 자궁경부 전암병변(암의 전 단계)과 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외에도 비위생적 환경, 성 접촉 상대가 여러 명인 경우, 16세 이전 성 경험, 흡연, 면역기능 저하, 비만 등도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건 예방과 정기검진이다. 자궁경부암은 HPV 백신을 통해 70% 이상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 접촉 이전 접종이 예방 효과가 가장 크지만, 성인 여성이나 이미 HPV에 감염된 경우도 만 45세 이하라면 백신 접종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2009년 24~45세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4가 백신 임상에서 HPV 6·11·16·18형 관련 감염 또는 질환 예방률은 90.5%로 보고된 바 있다.
특히 HPV는 남성에게도 항문암·구인두암·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만큼, 전문가들은 남녀 모두에게 적극적인 백신 접종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은 지난 6일부터 만 12세 남성 청소년도 HPV 국가예방백신 접종 지원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2027년엔 2015년생, 2028년엔 2016년생으로 무료 접종 연령을 단계적으로 추가해 최종적으로 17세까지 지원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백신 접종 후 유의해야 할 부작용은 접종 부위 통증, 부종, 가벼운 어지럼증 등이 있다. 접종 후엔 15~30분가량 병원에 머물며 아나필락시스(항원-항체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반응)에 대비해야 한다.
최민철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남성 HPV 백신 접종은 바이러스 전파를 줄여 자궁경부암 예방에 기여하는 집단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고위험 HPV 감염 연령대를 보면 여성의 25%가 35세 이상, 남성의 29%가 27~45세다. HPV 관련 질환 예방과 전파 차단을 위해 성인 남녀 모두 적극적인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