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에 서명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도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고용노동부 중재로 비공개 대화를 이어가며 최근 일부 조정안을 제시했다. 앞으로 노사 간 협상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노동조합)는 지난 19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하 중부청)이 중재한 노사정 3자 면담을 앞두고 새로운 협상 조건을 제시했다. 노조가 최초 요구한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규모를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단 의사를 중부청에 전달했다. 또 단체협약 요구사항의 일부 내용을 축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측도 조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19일 진행된 노사정 3자 면담에선 조정안과 관련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진행하기로 한 20일 미팅은 취소됐다. 현재 노사정 다음 면담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아직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간 대화에 특별한 진전은 없지만,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 계획을 사실상 철회한 만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노사의 합의 내용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간 협상에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4주째 쟁의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기본급 14.3%와 350만원 정액 인상 △1인당 3000만원의 타결금 지급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8일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 1~5일 전면파업을 진행한 뒤 6일부터 준법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단체협약 조건으로 △임원 임명 통지 △성과배분 및 인력배치 때 노조 의결 필수 △회사 분할·외주화 때 노조 심의·의결 등을 제안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일부 공정 생산 중단 등으로 1500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의 쟁의행위가 길어지면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생산 차질에 따른 고객사의 신뢰 하락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제6공장 착공과 제3바이오캠퍼스 조성,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 대응력 강화 등 투자에도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고소 및 고발을 통한 법적 대응도 대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단 지적이다. 노조는 지난달 일부 사측 인사를 부당한 노동행위 지배·개입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이어 사측 인사를 추가로 특정해 보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측은 업무방해 혐의로 박재성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3명과 현장 관리자급 조합원 3명 등을 고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 특성상 노조의 준법투쟁만으로 긴급상황 대응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글로벌 CDMO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노사 갈등이 길어진다면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측 관계자는 "중부청에서 중재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노조는 금전적인 부분을 양보하고 단체협약 요구사항도 일부 덜어낸 새 협상안을 제출했다"며 "지금 진행하는 준법투쟁만으로 사측에 충분한 압박을 준다고 생각하는 만큼 당장은 2차파업보다 대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