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이 키웠다…'실탄 보유' 릴리에 K-제약바이오 온기 퍼지나

박미주 기자
2026.06.03 14:53

'마운자로' 돌풍 이끈 릴리, K-제약바이오 자산 잇단 매수…韓바이오 신생기업도 육성
K-제약바이오, 빅파마의 적절한 파트너로 인식돼…추가 기술거래 기대돼

일라이릴리의 한국 관련 주요 계약 사례/그래픽=최헌정

비만약 '마운자로'로 실탄을 확보한 일라이릴리가 잇단 K-제약바이오 자산 인수에 나섰다. 릴리가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글로벌 자산 쇼핑에 돌입한 가운데, 그 수혜를 K-제약바이오도 입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들이 빅파마(대형 제약사)의 검증을 통과한 만큼 앞으로도 추가 대형 기술거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릴리는 지난달 31일 한미약품과 단장증후군 치료 신약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개발·제조·상업화를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규모는 12억6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다. 계약금만 1129억원으로 책정됐다. 릴리는 이 계약으로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소네페글루타이드의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에는 GC녹십자의 미국 관계사인 '큐레보 백신' 등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릴리는 감염병 분야 연구·개발 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백신 개발사인 큐레보 등 3곳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총 인수액은 38억3000만달러(약 5조7700억원)고 큐레보 인수액은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다. 그 중 GC녹십자가 소유한 큐레보 지분 20.3% 모두를 약 4599억원에 넘기기로 했다. 큐레보는 GC녹십자가 글로벌 백신 시장 진출을 위해 2017년 미국 시애틀에 설립한 회사다.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CRV-101)'으로 현재 임상 2상 확장 연구를 진행 중이다.

릴리는 국내 바이오 신생기업(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향후 5년간 5억달러(약 75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투자금 대부분은 국내 임상시험 유치와 연구개발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협력해 인천 송도에 글로벌 바이오기업 인큐베이터(육성) 시설인 '릴리 게이트웨이랩스 코리아' 구축 계획도 발표했다.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지어지는 이 시설에는 국내 기업 30여개가 입주해 연구개발(R&D)을 지원받게 된다.

존 비클 한국릴리 대표는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소재 한국릴리 본사에서 개최한 '창립 150주년 맞이 미디어 데이'에서 "지난해 릴리가 국내 바이오 기업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45억달러(약 6조8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혁신을 가속화하며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공중 보건 증진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투자하기 매력적인 나라"라며 "임상시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 중 하나로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기고 있어 저희 벤처캐피털 그룹도 한국 기업들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릴리의 투자 배경은 마운자로의 전 세계적 흥행이다. 올 1분기 전 세계 판매 1위 의약품을 기록하기도 한 마운자로 덕에 지난해 릴리의 매출은 625억달러(약 96조원)로 전년보다 약 45% 증가했다. 시가총액은 1조달러(약 1521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이를 바탕으로 릴리가 글로벌 신약·백신 쇼핑에 돌입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주요 협업사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K-바이오의 기술력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방증으로, 앞으로도 릴리를 포함한 빅파마와 추가 기술거래 소식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릴리가 비만치료제를 바탕으로 한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새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확대를 굉장히 공격적으로 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들을 적절한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K-제약바이오의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향후 추가 기술거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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