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사태 당시 '복귀자 명단'(블랙리스트)을 유포한 사직 전공의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아 의사 면허를 잃게 됐다. 의료계에선 "과잉 처벌"이라며 3년 전 개정된 의료법을 재개정해야 한단 주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에선 "일방적 특혜 요구"란 비판도 나온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4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최근 징역 2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사직 전공의 류모씨 사례 관련, "명백한 과잉 처벌이자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라며 의료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면허 정지 등 단계적 조치도 없이 면허를 박탈하는 건 지나치다"며 "불균형한 징벌적 구조를 바로잡으려면 면허 취소 사유를 의료 관련 범죄와 중대 강력범죄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씨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2024년 8~9월 당시, 수련병원과 의대로 각각 복귀한 전공의·의대생 등 2974명의 개인 정보가 포함된 명단을 해외 웹사이트에 게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법원 3부는 지난달 20일 류씨에게 징역 2년·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현행 의료법 규정에 따라 류씨 의사면허도 취소된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처벌 수위가 과도하다며 관련 법 규정을 다시 손봐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앞서 2023년 11월 시행된 개정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의 면허 취소 사유는 기존 '의료 관련 범죄'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 형을 받는 경우로 확대됐다. 면허 취소일로부터 3년 후 재교부를 신청할 수 있지만,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해 새로 면허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개정 당시에도 의료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과잉 처벌 논란은 이번 '블랙리스트 전공의' 사례를 계기로 재점화된 분위기다. 다만 의견은 분분하다. 시민단체에선 변호사·회계사·세무사도 같은 조건으로 자격을 박탈하는데 의료인만 특혜를 줄 수 없단 입장이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다른 전문직에도 적용되는 법 조항인 만큼 의료인에게만 특혜를 줘선 안 된다"며 "무엇보다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례는 본인 이익을 위해 (복귀한) 동료들을 이용한 행동으로, 의료인으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현행법이 과잉 처벌적 성격을 띠고 있단 데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다. 이동찬 의료법 전문 변호사(더 프렌즈 법률사무소)는 기자와 통화에서 "유일한 생계 수단인 의료행위 자체를 막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위헌 소지로 볼 수 있다"며 "특히 선고유예의 경우 판사가 봤을 때 처벌의 가치가 없단 의미인데, 현행 의료법은 선고유예를 받은 의료인도 면허를 박탈하고 있어 과잉 입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협 집행부는 면허취소 규정 재개정 논의에 속도를 내겠단 방침이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법안 재개정 관련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전공의 사례 관련) 헌법 소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