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부럽다…만성콩팥병, 국가 관리 체계 구축해야"

박미주 기자
2026.06.11 15:55

투석해야 하는 만성콩팥병, 70세 이상에서 4명 중 1명에 발생
연간 투석비용 2.6조…삶의 질, 재정 절감 위해 조기·국가 통합 관리 필요

11일 신장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한 '만성콩팥병 관리제'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사진= 박미주 기자

대만처럼 국가 차원에서 만성콩팥병 환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만성콩팥병 환자 발생률이 전 세계에서 1~2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만성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3개월 이상 서서히 저하되는 질환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이 주요 원인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침묵의 병'이라 불리며, 거품뇨나 부종 등이 신호가 될 수 있다. 콩팥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혈압상승, 부종, 식욕부진, 빈혈, 뼈와 혈관 손상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질환이 악화돼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환자는 평생 투석 치료나 신장이식에 의존해야 한다.

박형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11일 신장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한 '만성콩팥병 관리제'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인구고령화와 함께 당뇨병, 고혈압 등 위험요인이 급증하면서 최근 10년간 만성콩팥병 환자 숫자가 2배 이상 폭증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특히 우리는 만기콩팥병 환자 발생률이 전 세계에서 1~2위를 차지한다"며 "만성콩팥병 국가 차원 관리 시스템이 미비해서 적절한 조기 기회를 놓치고 사회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질병 단계가 낮을 때 조기에 발견해 투석으로 진입을 1년만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환자에 제2의 삶을 제공하고 국가적 재정위기를 막아낼 수 있다"면서 '만성 콩팥병 관리법'을 신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중 신장학회 등록이사(서울의대 신장내과 교수)도 이날 심포지엄에서 만성콩팥병 관리법을 토대로 △국가 관리위원회 설치 △환자 등록체계 구축 △투석센터 인증제 △재택투석 비율 33% 확대 등 국가 관리체계 구축 방안을 제안했다.

김 이사는 "성인 10명 중 1명에 만성콩팥병이 생길 수 있고 70세 이상에서만 보면 4명 중 1명 이상에서 만성콩팥병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망률도 증가하고 있고, 암 환자 생존율에 비해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생존율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만성콩팥병은 의료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질환으로 만성콩팥병 비용 중 90% 이상이 투석에 쓰이고 있고, 2023년 투석환자에 들어간 비용이 2조6000억원이었다"며 "만성콩팥병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만큼 이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성콩팥병 초기 단계 환제에 드는 비용은 1년에 10만원 정도이고, 투석환자 1년 비용은 2800만원으로 280배"라며 "일찍 질환을 발견하면 환자 1명당 1억5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말기콩팥병 원인의 47%를 차지하는 당뇨병 환자에서 조기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최근 데이터에서는 만성콩팥병의 원인 중 당뇨병이 6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온다"며 "당뇨병 환자에서 초기 진단을 위한 소변검사 시행률을 높이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대만에서는 2006년 투석 전 환자 관리 프로그램 법안이 발의돼 2011년부터 본격적인 만성콩팥병 단계별 관리 프로그램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2019년부터 만성콩팥병 환자 숫자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대만이 부럽다. 우리나라도 올해 2월 만성콩팥병 관리법이 발의됐는데, 이를 토대로 한 국가 관리 체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이원 대만 타이베이의대병원 내과 부장은 대만의 단계별 성과연동지불(P4P) 정책을 소개했다. 대만은 2006년부터 만성콩팥병 단계별 관리 프로그램과 다학제 케어를 도입해 만성콩팥병 진행 위험을 40% 낮췄으며,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가치 기반 관리로 정책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만성콩팥병 관리법안은 지난 2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5년 단위 종합관리계획 수립 △보건복지부 산하 관리위원회 설치 △국가 단위 환자 등록·통계 시스템 구축 △투석기관 질 관리 및 인증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