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만성폐쇄성폐질환(이하 COPD)의 조기 진단을 위한 폐 기능 검사(폐활량 측정)가 국가건강검진에 도입됐다. 56세와 66세는 국가검진을 받을 때 폐 기능 검사를 함께 받는다. 한 번 손상된 폐는 다시 회복되지 않아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폐 기능 검사를 하면 COPD나 천식과 같은 질병을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
유광하 건국대병원장(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지난 17일 서울 광진구에서 진행된 질병관리청 기자단 아카데미에서 COPD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의 중요성을 발표했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이사장이기도 한 유 병원장은 "COPD는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지만 인지도가 매우 낮고 대다수는 증상을 노화로 오인해 방치한다"며 "폐 기능 검사에 대한 관심을 높여 진단·치료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D는 염증 반응으로 기도가 좁아지고 폐포가 정상 기능을 잃는 폐 질환이다. 만성기침, 호흡곤란, 가래, 쌕쌕거림(천명음), 흉부 압박감, 피로감 등의 증상이 특징이다.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급성 악화로 입원하면 4명 중 2명은 3.3년 이내, 4명 중 3명은 7.7년 이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COPD 국내 유병률(병을 앓는 비율)은 2019년 55세 이상에서 평균 10%(남자 18.1%, 여자 5.8%)를 넘어섰다. 그러나 질환이 생소한데다 환자 접근성이 높은 동네 의원은 폐 기능 검사가 익숙치 않다 보니 병을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 2013~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COPD 진단율은 40세 이상 2.3%, 65세 이상은 2.4%에 불과했다. 치료율도 각각 1.2%, 1.5%에 그쳤다.
COPD는 흡연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한국은 서구에 비해 결핵 등 호흡기 감염, 대기오염과 같이 다른 원인으로 인한 발병률이 높다. 비흡연 여성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유 병원장은 "방치된 COPD로 매년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른다"며 "직접적인 치료비는 물론 고령 환자가 많아 간병과 같은 간접비용도 막대하다"고 우려했다.
국가건강검진에 폐 기능 검사가 도입되면서 COPD의 정밀 치료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진 대상자는 연간 145만명으로, 이 중 최소 10%만 진단 돼도 현재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 수(약 16만명)에 육박한다.
이를 토대로 질병청은 유관 학회와 함께 국내 COPD의 중증도·종류(아형)별 맞춤 치료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COPD를 국제 진료 지침(GOLD)에 따라 △COPD-G(유전) △COPD-D(폐 발달장애) △COPD-I(결핵 등 감염) △COPD-C (흡연) △COPD-A(천식 동반·환경오염) 등으로 세분하고 한국인 맞춤 치료·예후 예측에 나선다.
국내 COPD 환자 코호트(KOCOSS)에는 올해까지 전국 59개 기관, 4798명의 환자가 등록돼 종류에 따른 치료·재활 방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국내 COPD 환자 71%가 발병 원인이 2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단순하게 '흡연'만 원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아카데미에 참석한 참석한 이진국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국내 COPD 환자는 30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중증도에 따라 동네·대학병원의 환자군을 나눠야 한다"며 "만성질환처럼 동네 의원에서 장기 관리하기 위해서는 폐 기능 검사를 보급하고 흡입제 교육을 지원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영열 질병청 국립보건연구원 호흡기·알레르기질환연구과장은 "COPD 진단 기준 마련과 조기 진단 기술, 치료·중재 기술 개발 연구에 2030년까지 총 17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폐기능검사의 건강검진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기 발견된 환자를 적시에 치료할 수 있는 '표준 지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