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바이오 기업의 기술 거래를 보면 양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수준이 한 단계 높아졌단 평가다. 특히 기술이전 계약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선급금(업프론트)의 규모가 이전보다 커졌다.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와 지분거래 등 협업의 방식이 다양해진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큐로셀의 카티(CAR-T) 치료제가 국내에서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하는 등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제약 및 바이오 기업의 기술이전 6건 계약의 선급금 합계는 3115억원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기술이전 계약의 선급금 3283억원에 근접했다. 국내 제약 및 바이오산업의 기술이전 선급금 합계 최고 기록은 2023년의 4447억원이다. 올해 최고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반기 6건의 기술이전 계약 선급금 평균 금액은 약 519억원이다. 전임상 단계의 큐라클-맵틱스 계약을 제외하면 기술이전 선급금 평균 금액은 600억원에 육박한다. 기술이전 계약 한 건의 선급금 규모가 500억원, 더 나아가 1000억원을 넘는단 의미는 유동성에 목마른 K-바이오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실제 올해 한미약품이 일라이릴리(이하 릴리)와 체결한 '소네페글루타이드' 기술이전 계약의 선급금은 1120억원, 아리바이오가 중국 푸싱제약과 체결한 치매치료제 'AR1001'의 기술이전 선급금은 900억원이다.
선급금은 앞으로 진행할 임상 연구의 성과와 관련 없이 기술이전 계약만으로 반환 의무 없이 확보할 수 있는 일종의 계약금이다. 선급금이 클수록 기술이전 상대방이 거래 대상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단 뜻이다. 무엇보다 다국적 빅파마(대형제약사) 스스로 상대적으로 큰 금액의 선급금을 주고 도입한 파이프라인은 임상 연구에 소홀할 수 없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과 글로벌 빅파마 간 지분 거래가 활발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단순한 기술이전 거래를 넘어 다국적 빅파마와 협업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빅파마의 연구 역량뿐 아니라 글로벌 규제기관 대응 노하우(경험)를 배울 기회다.
지난해 에이비엘바이오가 릴리의 지분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올해 녹십자가 릴리에 미국 관계사 지분을 매각했다. 릴리는 전 세계를 주름잡는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 시장의 최강자다. 이어 올릭스는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로부터 지분 투자를 받았다. 한국 바이오 기업의 기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단 방증이다.
이미 해외에서 허가받은 토종 신약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는 전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에서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존슨앤존슨(J&J)에 따르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억5700만달러(약 3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다. 엑스코프리의 올해 1분기 미국 매출액은 19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4% 늘었다.
올해 국내 기업이 직접 품목허가까지 완료한 신약이 등장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큐로셀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치료제 '림카토'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키메릭항원수용체-T세포(CAR-T)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산 42호 신약이다. 이어 퓨쳐켐의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프로스타뷰주사액'이 국산 43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국내 바이오텍이 자체 기술로 직접 임상 개발을 완료하고 규제기관의 허가 절차까지 완료했단 점은 의미가 있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는 "이제 국내 많은 바이오텍의 기술력이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에 다국적 빅파마와 좋은 파트너십이나 기술수출 결과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K-바이오 전반적으로 5년, 10년 전과 비교하면 신약 플랫폼 및 파이프라인의 질이나 임상 데이터가 정말 많이 향상됐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한두 회사가 대형 기술수출로 '잭팟'을 터트리는 것도 좋지만, K-바이오 생태계 전체가 수준이 높아졌단 메시지를 자본시장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의 약점으로 부족한 자금력과 연구개발 전문인력, 글로벌 임상 경험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우리 기업들이 최근 많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어 바이오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