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엘바이오 '2세대 그랩바디-B' 시동…"자체 siRNA로 플랫폼 진화"

정기종 기자
2026.07.07 15:35

릴리·GSK 기술이전으로 검증한 BBB 플랫폼…항체 넘어 siRNA·효소·융합단백질로 확장
내년 자체 CNS siRNA 공개 목표…"바이오 USA서 신규 글로벌 파트너 관심 확인"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기업설명회(IR)에서 차세대 그랩바디-B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

에이비엘바이오가 회사 핵심 기술인 '그랩바디-B(Grabody-B)' 플랫폼의 확장 청사진을 제시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잇단 기술이전을 통해 경쟁력을 입증한 플랫폼을 한 단계 고도화하고, 이를 적용한 자체 siRNA 신약 후보물질까지 공개하며 '2세대 그랩바디-B' 시대로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플랫폼 기술이전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나아가 자체 파이프라인으로 플랫폼 확장성을 직접 입증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그랩바디-B는 이제 2세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항체 중심이었던 플랫폼을 siRNA, 효소(Enzyme), 융합단백질 등 다양한 모달리티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뇌혈관장벽(BBB) 투과 플랫폼인 그랩바디-B는 항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와 함께 에이비엘바이오의 양대 핵심 기술이다. 2022년 그랩바디-B가 적용된 파킨슨병 치료제 'ABL301'을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일라이 릴리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플랫폼 기술을 잇따라 이전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현재까지 그랩바디-B 기반 계약 규모는 총 65억달러(약 9조원)에 달한다.

이번 IR에서 제시된 청사진은 단순히 플랫폼 검증을 넘어 그랩바디-B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존 1세대 그랩바디-B가 항체 기반 BBB 셔틀의 안전성과 전달 효율을 입증하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플랫폼 구조 자체를 개선한 차세대 버전과 다양한 모달리티 적용을 통해 활용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회사는 항체를 넘어 siRNA와 효소, 퓨전프로틴 등 다양한 치료제 유형에서도 BBB 전달이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적응증 확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항체를 넘어 siRNA와 효소, 융합단백질 등 다양한 치료제 유형에도 그랩바디-B를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플랫폼 활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그랩바디-B 전략의 첫 가시적 성과는 자체 siRNA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내년 중 그랩바디-B를 적용한 내부 CNS(중추신경계) siRNA 프로젝트를 시장에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기술이전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입증했다면, 앞으로는 자체 파이프라인을 통해 플랫폼의 모달리티 확장성을 직접 입증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그랩바디-B를 적용해 기술이전한 ABL301이 항체 기반 파이프라인이었다면, 내년 새롭게 공개될 siRNA 프로젝트는 핵산치료제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첫 사례가 된다. 플랫폼이 특정 모달리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치료제에 적용 가능한 CNS 약물 전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라는 설명이다.

플랫폼 자체의 고도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기존 그랩바디-B를 개선한 '수정된(Modified) 그랩바디-B'와 서로 다른 BBB 수용체를 동시에 활용하는 듀얼 BBB 셔틀(Dual BBB Shuttle)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릴리와 공동연구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구조를 검증하고 있으며, 관련 특허 출원도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릴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기존보다 더 우수한 구조를 도출할 수 있었고, 현재 여러 형태의 차세대 BBB 셔틀을 개발하고 있다"며 "조만간 수정된(Modified) siRNA용 그랩바디-B도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랩바디-B 플랫폼 진화는 글로벌 시장 수요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로슈는 BBB 셔틀 기술을 적용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트론티네맙(trontinemab)'의 후기 임상 개발을 추진 중이고, 디날리 테라퓨틱스는 BBB 투과 플랫폼을 적용한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승인을 받았다. 국내 올릭스 역시 해외 기업들과 BBB 셔틀 기술을 siRNA 후보물질에 적용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등 핵산치료제 분야에서도 BBB 전달 기술 확보 경쟁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 대표는 "바이오USA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해오던 파트너들과도 미팅을 진행했고,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회사들이 먼저 연락해 관심을 보인 사례도 있었다"며 "기존에 CNS를 하지 않던 회사들이 새롭게 이 분야에 진출하면서 BBB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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